최근 몇 년 전부터 많은 히트곡을 쓰고 있는 작곡가 중에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아이돌 음악의 유행을 이끌고 현재까지 가요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류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실제 두 사람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작사 작곡가들이 자신의 본명보다는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나 역시 처음에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단 그들이 만든 노래 한곡만을 듣고도 머릿속에 잊혀 지지 않는 후배작곡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이 발표될 때마다 지금까지도 관심 있게 듣고 있다.
그럼 왜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예명을 만드는 걸까? 물론 그 이유는 작곡가 본인의 의도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큰 이유는 하루에도 수많은 곡이 쏟아지고 수많은 작사 작곡가들이 저작권협회에 등록되는 지금에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도 같은 한번 들어도 잊혀 지지 않고 뇌리에 남게 하도록 일부러 독특한 이름을 쓰는 듯하다. 지난번 칼럼에서 노래 제목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기억에 남는 예명으로 인해 곡에 대한 관심과 작곡가의 음악색깔에 대한 관심은 훨씬 높아진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신인 작곡가한테 가장 중요한 곡 섭외가 조금이라도 더 많아질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프로 작곡가로서 데뷔할 당시에도 주위에서 많은 지인들이 조영수라는 이름이 너무 흔하고 나이 들어 보이고 또한 가수 조영남 선배님의 친동생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조영수라는 본명이 아닌 다른 예명을 권했던 분들도 있었다. 아마 그랬다면 작곡가로서 조금 더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단순히 홍보의 마케팅 방법이 아닌 본인의 색깔이나 음악적인 개성과 지향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일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느낌이 두 번째 이유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정말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순히 재미나 우연의 결과다. 실제로 신사동 호랭이라는 이름도 김건모씨가 호양이에게 지어준 어떤 게임의 아이디였고, 그 뒤로 우리가 아는 유명작곡가 이름이 된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예명을 쓰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잠깐의 관심이 아닌 음악성과 실력으로 승부해야 히트작곡가가 된다는 것이다.
용감한 형제나 신사동 호랭이 같은 경우도 음악적 실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히트작곡가가 되진 못했을 것이다. 특별한 이름으로 관심을 받는 만큼 이름에 걸맞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후배 작곡가들이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