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이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요절한 시나리오 작가 고(故) 최고은(32ㆍ여)씨의 죽음에 대한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강 감독은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스스로 약간 패닉상태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최저임금도 못받는 영화 스태프의 현실에 대해 “사실 영화계가 다 수용하지 못할 만큼 너무나 많은 영화 인력이 공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여년전 한국영화가 굉장히 잘 나갔을 때) 당시 거품으로 심하게 돈이 넘쳐날 때 역작용처럼 생긴게 연극영화과”라며 “너무나 많은 대학에서 영상학과나 연극영화과를 만들어서 졸업생들을 배출하는데, 사실 한국영화 시장은 정해져 있고 영화 편수도 (당시에 비해) 반도 안 되는 편수로 줄어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사실 많이 누려본 우리는 ‘후배들을 어떻게 하냐’를 늘 고민한다”며 “나도 연출부 스태프들이 많은데 늘 걱정하면서도 ‘여기서 다 감독되는 게 아닌데 어쨌든 최선을 다해라, 방법이 없다. 그런데 좋은 시나리오 써오는 사람만이 아마 데뷔할 것이다’라는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또 영화인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영화인들이 모여서 상의해봐야 할 것”이라며 “많은 단체들이 그 부분에 대해 대책을 내놓기 위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씨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씨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숨지기 전 평소 도움을 주던 이웃주민에게 ‘그동안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 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