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민속박물관서 전라도 말 자랑대회 열려
"아따 겁나게 거시기 해브요.(엄청 떨리네요) 사람이 많아븐께 암소리도 못하것소.(사람이 많아서 말을 하지 못하겠네요)"
양쪽 귀에서 전라도의 대표 말 '거시기' 소리가 맴 돌 정도로 사투리가 울려퍼졌다.
제1회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광주시립민속박물관. 류동옥씨(58)는 야외 무대 한켠에 마련된 임시 대기실에서 대본을 들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대본의 한 부분이 막히는지 "아그야 새끼줄을 그렇코롬 꼬믄 되긋냐.(아들아 새끼줄은 그렇게 꼬면 안돼) 나 맹키로 살살 해야써.(나 처럼 부드럽게 해야돼)"를 진지한 표정으로 반복 했다.
류씨처럼 대기실 곳곳에서는 이날 대회 출전자 30여명 13개 팀이 각자 대본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출전자 연령대도 9살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오후 1시께 대회가 시작되고 첫 출전자인 월계초 황미나(9·여)양 등 5명이 먼저 나섰다.
겉모습은 새침대기 소녀로 보였지만 황양의 입에서 "아따 겁나게 반갑소.(반갑습니다) 사람들이 많응께 겁나게 거시기 허요(많이 떨리네요)"라는 첫 마디가 나오는 순간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 이들은 '아기 돼지 시(삼)형제'를 전라도 사투리로 각색해 명 연기를 펼쳐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세번 째 출연자로 나선 박명자씨(60·여)는 "내가 째간했을 때 정월 대보름에는 불깡통을 돌림시롱 온 동네를 뛰어 댕겼당께요.(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에는 쥐불놀이를 했어요)"라며 대보름의 추억을 전라도 사투리로 엮어나갔다.
남도 사투리 경연이 계속될수록 심사위원들은 고심에 빠졌다.
강현구 금호고 국어 교사는 "너무 많이 웃어서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다"며 "출전자들이 구수하게 사투리를 구사해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 정도다"고 토로했다.
이날 대회는 2시간여동안 진행된 뒤 막을 내렸고 최고상인 진로오진상은 나주 영산포 술집의 모습을 이야기 한 윤여정씨 등 3명에게 돌아갔다. 또 2등에 해당하는 영판오진상과 팽야오진상은 각각 조선경씨와 황미나양 등에게 수여됐다.
대회 관계자는 "외래어 홍수 속에서 우리말과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전남을 홍보하기 위해 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라도 사투리 대회장 주변에서는 정월 대보름에서 볼 수 있는 윷놀이, 재기차기, 연날리기, 팽이돌리기 등 다채로운 전통놀이 행사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