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승엽과 T-오카다는 타격 훈련 때마다 붙어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둘이 함께 훈련하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라고 일부러 한조에 붙여놨다. 그래서 둘이 배팅케이지에서 타격을 할 땐 홈런의 연속이다. 때때로 야구장을 넘어가지 말라고 쳐놓은 그물에 걸리기도 해 팬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둘은 같은 왼손 홈런타자. 하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이승엽-게스히터에서 변신중
이승엽은 변신 중이다. 최대한 공을 오래 지켜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다리를 들었다가 내리면서 방망이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드(타격시 앞발을 내딛는 것)를 한 뒤에 방망이를 돌린다. 매우 짧은 순간이라 언뜻봐서는 잘 모르지만, 그 시간에 홈런과 삼진이 결정된다.
이승엽은 언제나 '노림수가 좋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 볼배합을 읽고 예측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그 노림수가 잘 통하지 않았다. 노렸던 공이면 좋은 타구가 터지지만, 아닐 때는 어이없는 헛스윙이 나왔다. 특히 몸쪽 높은 공을 던졌다가 떨어지는 변화구로 승부하는 '이승엽용 볼배합'에 자주 당했다. 아무리 노림수가 좋아도 직구처럼 오다가 떨어지는 일본 투수들의 예리한 공에 방망이가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고치기 위해 끝까지 중심을 뒤에 받쳐놓고 타격을 하고 있다.
토스배팅에서 이승엽은 공이 정점을 찍고 떨어질때 방망이를 돌린다. 공을 끝까지 보기 위한 훈련이다. 배팅케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빨랫줄 같은 홈런타구가 펑펑 터져나온다.
이승엽의 배팅 동영상을 본 MBC 스포츠플러스 이순철 해설위원은 "예전의 부드러운 스윙이 아니라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공을 끝까지 보기 위한 훈련이라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임팩트 순간에도 무게 중심이 뒤쪽으로 남아있다. 계속 이렇게 훈련하다가 습관이 돼 버리지 않게 체중이동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T-오카다-노스텝 타법
T-오카다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선수들과 달리 T-오카다는 앞발인 오른다리를 들지 않는다. 이른바 '노스텝 타법'이다. 지바롯데의 김태균도 노스텝이지만, 김태균은 앞쪽인 왼발의 뒷꿈치를 올렸다가 내린다. 그러나 T-오카다의 앞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원래 T-오카다도 다리를 들었다가 내렸다. 하지만 쇼타 타겨코치의 조언으로 지난해부터 노스텝 타법으로 바꾸었다. 다리를 올렸다 내리면서 타격을 하면 힘을 모으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확성은 아무래도 떨어지게 된다. T-오카다는 굳이 다리를 들어서 파워를 높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힘이 장사다. 그래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스텝으로 치기 시작했고, 정확히 맞힌 타구는 T-오카다의 엄청난 힘으로 멀리 날아갈 수 있었다.
스윙도 레벨스윙에 가깝다. 이승엽의 경우 방망이가 조금 밑으로 처져서 나오는데 반해 T-오카다의 경우 헤드가 어깨선을 타고 나온다. 양쪽 무릎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면서 준비자세를 취하다가 타격하기 전엔 뒤쪽의 왼다리에 체중을 싣는다. 이어 타격시 방망이가 나가면서 앞으로 체중이동을 한다.
이 위원은 "홈런타자의 타격 폼은 아닌데 지난해 홈런왕을 했다니 힘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타격 폼이 굉장히 부드럽고 안정감있다"고 평했다. 미야코지마(일본)=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