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에 겨우 1승을 거두고도 연봉이 5배 가까이 올랐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올해 메이저리그 첫 연봉조정심판에서 선수가 구단에 승리를 거뒀다. 주인공은 피츠버그의 선발투수 로스 올렌도프다.

올렌도프는 10일(한국시각) 열린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승리를 거둬 올해 202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게 됐다. 지난해 연봉 43만9000달러에서 약 4.6배나 오른 금액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140만달러를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이번 연봉조정결과가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해 올렌도프의 성적 때문이다. 올렌도프는 지난 시즌 2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11패 방어율 4.07을 기록했다. 승수 자체만 보면 도저히 큰 폭의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조정위원회는 올렌도프의 투구 내용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피츠버그가 제시한 연봉은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일단 올렌도프의 방어율은 내셔널리그 평균(4.02)과 비슷한 수준이고, 퀄리티스타트도 등판 경기수의 절반이 넘는 11차례 기록했다.

올렌도프가 1승 밖에 올리지 못한 것은 피츠버그가 너무도 허약한 팀이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57승105패로 메이저리그 30개팀중 최하위의 승률을 기록했고, 팀타율도 2할4푼2리로 29위에 머물렀다.

2009년 11승10패 방어율 3.92로 정상급 선발투수 반열에 오른 올렌도프는 지난해 어깨와 허리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음에도 마운드에서는 대체로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서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조정위원들이 우리 구단과 선수를 위해 신중히 검토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니 존중한다. 올렌도프가 올해 건강하게 승리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한편, 1974년 연봉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날까지의 심판 결과는 285대211로 여전히 구단이 앞서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