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논두렁에서 흥이 나면 아줌마들·할머니들은 춤을 춘다. 격식은 없지만 '관광버스 춤'하면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그들 춤을 현대 무용가들이 무대에 올린다.
안은미무용단이 수집한 '춤추는 할머니' 영상 속에는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흔드는 할머니들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몸을 흔드는 할머니는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할아버지의 부름도 개의치 않는다. 논두렁, 주차장, 창고 앞까지 춤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이 무용단이 공연하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바로 이 영상 속 할머니들의 댄스를 모태로 하고 있다. 흘러간 가요에 맞춰 손가락으로 하늘을 연방 찌르는 동작과 탈춤처럼 팔을 번갈아 접었다 폈다 하며 어깨를 들썩이는 무용수들의 어깻짓은 모두 그녀들의 춤사위에서 나왔다. 이들이 입은 빨간 내복, 형형색색의 치마와 화려한 꽃무늬 패턴의 '몸뻬' 역시 할머니들의 감각을 차용한 것이다.
이처럼 할머니들의 일상과 춤을 관찰하고 만든 안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강원도아리랑의 가사 '아리아리'에 맞춰 몸뻬를 내렸다가 '쓰리쓰리'에 다시 추켜 입는 안무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작품의 연출, 안무를 맡고 출연까지 하게 된 안은미는 춤추는 할머니라는 익숙지 않은 모습을 담기 위해 지난해 10월 3주 동안 무용수 4명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했다. 이들은 마주치는 할머니마다 춤을 권하고 이를 카메라에 기록했다. 안은미는 "처음엔 춤추길 꺼려 하지만 죽은 남편 얘기, 자식 칭찬을 한참하고 나서는 흘러나오는 노래에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인다"며 "역사의 부침(浮沈)을 겪어낸 할머니의 몸을 기록하고 다른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공연의 마지막 3장에서는 '춤추는 할머니' 영상에 출연했던 경상도 영주의 할머니 25분과 전라도 익산의 노부부가 직접 무대에 올라 무용단과 함께 춤을 춘다.
▶18~2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