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음악계 화두 중 하나는 이른바 ‘오토튠 떡칠’이다. 음성을 일부러 기계음처럼 왜곡한 노래들이 많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오토튠은 ‘소리의 포토샵’이라고 불린다. 포토샵이 사진을 다듬는 프로그램이라면 오토튠은 노래를 매끈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선 2009년 슈퍼주니어가 '쏘리쏘리'에서 오토튠 효과를 써 히트를 치자, 2PM·비스트·G드래곤·포미닛·샤이니·세븐·2NE1 등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이를 따랐다. 제국의 아이들과 유키스는 아예 음반 전체를 오토튠 범벅으로 내놓아 '떡칠 논쟁'에 불을 붙였다.
한편 '노래 못하는 가수'가 오토튠의 힘을 빌려 그럴듯한 음반을 내놓는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CD에서는 완벽한데 라이브가 엉망이거나 아예 라이브를 하지 않는 경우 그런 의심을 더 받는다.
오토튠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조선일보 전지인 인턴기자(25·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가 스튜디오에서 실제로 노래를 녹음하고, 이것을 오토튠으로 보정한 뒤 다시 기계음으로 왜곡해 봤다. 전 기자는 학교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한철(40)이 일일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녹음은 지난달 28일 서울 논현동 플럭서스뮤직 1층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녹음할 노래는 이한철의 '좋아요'. 전 기자는 사흘 전부터 이 노래를 연습해왔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1절만 부르는데도 계속 박자를 놓치거나 음정을 틀렸다. 노래가 없는 오리지널곡 반주(MR)에 적응하기 어려운 듯했다.
전 기자가 연습으로 10여번 노래를 부른 뒤 녹음을 시작했다. 어차피 오토튠으로 수정할 것인데도 이한철은 "다시 합시다"를 연발했다. 그는 "오토튠은 만능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원곡과 비슷하게 불러야 보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녹음을 해준 플럭서스뮤직 이대은(28) 엔지니어는 "너무 허스키하거나 숨소리가 거칠어도 오토튠이 음조(音調)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녹음은 노래를 10여 차례 부른 뒤 끝났다. 이한철이 "오토튠 효과를 확실히 볼 것 같다"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는 "원래는 노래를 잘하는 것 같은데 녹음실이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제 실력이 발휘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본격적인 후반작업이 시작됐다. 엔지니어가 녹음프로그램 위에 오토튠을 실행시킨 뒤 음 하나하나를 올바른 음계에 맞춰 끌어올리거나 내렸다. 장음(長音)에서 불필요하게 흔들린 음은 곧게 폈다. 박자가 빨라진 부분도 음 하나하나를 떼어내 늘렸다. 어떤 음은 원곡보다 너무 낮아 오토튠이 아예 1도 낮은음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런 음을 강제로 높이면 기계음처럼 왜곡이 된다.
1차 수정의 효과는 뚜렷했다. 흔들리던 음은 거의 바로잡혔고, 중간에 빨라졌던 박자도 원곡에 맞춰졌다. '미' 음을 내야 할 때 '레#'과 '미' 사이의 음, 즉 피아노에 없는 음을 냈지만 오토튠으로 보정한 결과 정확한 '미'로 바뀌었다. 이런 작업 끝에 노래 후반부는 '매우 잘 부른 노래'처럼 들렸다. 엔지니어는 이 수정본을 다시 오토튠에 걸어 기계적 사운드로 바꾸는 2차 수정작업을 마쳤다. 1절만 부른 노래를 두 번 수정하는 데 총 4시간이 걸렸다.
이한철 역시 오토튠을 쓴다고 했다. 그는 "녹음할 때 감정은 좋았는데 음정이 흔들렸다면 그 감정을 살리기 위해 제한적으로 오토튠을 쓴다"고 말했다. 이대은 엔지니어는 "얼마나 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가수들이 오토튠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1. ‘좋아요’- 전지인 인턴기자(수정 전)
2. ‘좋아요’- 전지인 인턴기자(1차 오토튠 수정)
3. ‘좋아요’- 전지인 인턴기자(2차 오토튠 수정)
4. ‘좋아요;- 이한철(오리지널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