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하기 위해 기본적인 연산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수학은 소위 '산수'와는 다르다. 산수는 수학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수학이란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며, 여기에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 및 이를 응용하는 학문이 모두 포함된다. 다시 말해 우리 주위의 환경과 현상, 움직임, 물음들을 수와 식, 기호 등으로 작성한 또 다른 언어인 것이다.

환경과 현상을 '수학적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과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은 아이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 능력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독서다. 즉 여러 가지 주제의 글을 읽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능력이 독서를 통해 훈련되어 있다면, 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대의 멀티미디어 환경은 아이들의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현저히 하락시켰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이루어진 협소한 수학교육(산수 혹은 연산훈련)은 이러한 불균형을 더욱 가중시킨다. 결과적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열로 따지자면 더욱 수학을 잘해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예전보다 수학에 약하고 수학문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학교시험이든 수능이든 단순한 '연산능력'만으로 풀 수 있는 수학문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생활 언어로 길게 서술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할 때, 아이들은 수리적인 능력보다는 언어적 영역의 한계에 먼저 부딪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읽지 못한 책을 한꺼번에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가 어리다면 지금부터라도 독서습관을 잡아나가면 되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라면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상황과 조건, 능력에 따라 독서훈련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와 병행하여 수학 문제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직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수학적 이해'란 문제 속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제시된 조건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스스로 밝혀내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그 문제를 낸 사람의 의도, 다시 말해 앞에서 언급한 글쓴이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수학문제를 눈으로만 훑지 말고 '구하는 것'과 '조건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풀이과정을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다. 틀린 문제 중 단순 계산 실수를 제외한 중요한 문제는 오답노트에 정리하고 다시 풀어보아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들이 아이들의 힘과 고민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집요한 노력과 미련할 만큼의 꾸준함만이 수학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