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에 붙이는 운송장 스티커,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소재로 바꿔주시면 안되나요?"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지난 2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대형 오피스텔 입구에서 택배회사 직원과 고객으로 보이는 입주민 정모씨(41)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실랑이의 소재는 다름 아닌 택배로 발송된 과일상자에 붙은 스티커. 고객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운송내역 바코드 등이 표기된 운송장이 바로 그것이다. 정씨는 "사업을 하다 보니 명절선물 구입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들어오는 선물을 바꿔서 지인들에게 건네려고 했는데, 이렇게 택배상자에 떼어지지도 않는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스티커의 접착력이 너무 강해 조심히 떼어내도 포장의 표면이 훼손되기 일쑤다"며 "배송 편의를 위해 고객의 물건을 훼손하는 택배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따져 물었다.

택배회사 직원은 "수만 개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보니 운송장 스티커가 쉽게 떨어진다면 배송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가끔 고객들에게 항의를 받지만 회사차원에서 스티커를 교체하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백 개의 택배상자가 쌓여있는 경비실 한쪽에는 공기업인 우체국에서 배송을 맡은 택배상자도 보였지만 어느 것 하나 운송장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다음날 오후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도 30대 주부와 경비원이 택배상자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경비원이 택배상자에 동과 호수를 표기한 유성펜 글씨가 다툼의 발단이 됐다.

입주민 박모씨(38·여)는 "매직 글씨가 적힌 선물을 받아든 상대편은 기분이 어떻겠느냐. 보기 싫은 큰 글씨 때문에 선물용으로 활용하기 힘든 것은 물론, 시댁이나 친정에 조차도 들고 가기 미안할 지경이다"고 항의했다.

또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아무런 생각 없이 택배 포장을 훼손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택배상자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제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비원은 "아파트 경비원 대부분이 눈이 침침한 노인이어서 택배를 차질 없이 분배하고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유성펜으로 글씨를 써놓는 것이다"며 "택배회사에서 고객의 편의를 감안해 유성펜 표기가 가능한 공란을 포함하는 운송장을 택배상자에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택배상자 훼손을 둘러싸고 해마다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 택배회사들은 빠른 배송만을 약속할 뿐 선물을 받아든 고객의 마음까지 헤아려주진 못하고 있다.

한 유명 택배회사 광주지사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접착력은 강하지만 떼어내도 흔적이 남지 않은 운송장 스티커를 개발해야 한다"며 "경비원들이 편의를 위해 매직 글씨를 쓸 수 있도록 공란도 포함하고, 수많은 상자 중에서 정확히 택배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정면에서나 측면에서 구분할 수 있는 기역자 형태의 운송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