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구니에다 신고(國枝愼吾·27)는 '휠체어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다. 지난 주말 끝난 호주오픈 휠체어 부문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위스의 스테파네 우데를 한 시간 만에 2대0으로 물리치고 대회 5년 연속 우승을 했다.
메이저대회 통산 16회 우승을 자랑하는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몇년 전 일본 기자로부터 "일본 남자 테니스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신고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답한 적이 있다.
휠체어 테니스는 넘어온 공을 '투 바운드(two bound)' 이내에서 받아치면 된다. 휠체어로 움직이는 속도가 두 발로 뛰는 것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구니에다의 특기는 시속 160㎞에 이르는 빠른 서브. 작년 11월까지 108연승을 달렸고 최근 4년 연속 국제테니스연맹이 선정하는 '월드 챔피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9살 때 척수종양을 앓으면서 장애인이 됐다. 허벅지 아래쪽 감각이 없어져 걸을 수 없었다. 11살부터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했고, 17세부터는 외국 대회에 나가 이름을 알렸다.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복식 금메달,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단식 금메달,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단·복식 금메달을 땄다.
지바현에 있는 모교 레이타쿠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2009년 4월 프로로 전향했다. 휠체어 테니스는 대회 규모가 일반 테니스보다 훨씬 적어 상금으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호주오픈은 남녀 단식 우승상금만도 220만호주달러(약 24억7000만원)인 데 반해 휠체어 부문은 전체 상금이 6만3000호주달러(약 7100만원)에 불과하다.
구니에다가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힘겨운 프로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휠체어 테니스를 널리 알리고 장애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도전'이다. 작년 11월엔 도쿄에서 400명을 모아놓고 '보행 발표회'를 열어 혼자 힘으로 14걸음을 떼어 보이기도 했다. '계단이 있는 레스토랑에 걸어 들어가 저녁 먹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1년간 집중적인 재활을 한 끝에 17년간 의지했던 휠체어에서 처음 일어서는 작은 기적을 이뤘다. 구니에다는 2009년부터 국제적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장애인 스타 선수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