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전지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 고원준이 구슬땀을 흘리며 1루에 공을 뿌리자 공필성 수비코치가 "다시"를 외친다. 송구 폼이 아직은 공 코치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 고원준은 지난해 12월 넥센에서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다시 한 번 펑고를 받은 고원준이 깔끔한 자세로 송구를 하자 동료들의 칭찬이 이어진다. 그렇게 고원준은 새로운 롯데맨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갑작스런 트레이드, 그 이후…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어요."
고원준은 자신이 롯데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구단에 전화도 몇 번이나 걸었다고. 그렇게 갑작스런 롯데행이 결정됐다.
고원준은 "처음 (롯데)구단에 인사를 하러 갔다. 사복을 입고 갔는데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더라. 인사를 해도 반응이 시큰둥 했다"고 했다. 선수단 생활도 마찬가지. 롯데의 한 관계자는 "원준이가 지난 10일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정말 어색해했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성격도 조용하고 내성적이라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뒷이야기를 전해줬다.
구단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다른 것도 고원준을 힘들게 했던 부분. 야구는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그만큼 팀 특유의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선수에게 유리하다. 그는 "롯데는 선수단 분위기가 굉장히 끈끈하다. 내가 조용하고 내성적이라 처음에는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어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전지훈련지에서 선수들과 직접 몸을 부대끼며 새로운 문화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중이다. 고원준은 "전지훈련 온지 10일쯤 되어가는 데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는 알겠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운동도, 생활도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팀 동료와 코칭스텝,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고원준은 어떨까.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이 아주 잘 해주고 있다. 올시즌 고원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선배 김사율은 "넥센에 있을 때 공 던지는 모습이 굉장히 배짱있었다. 그래서 처음 왔을 때 나이가 이렇게 어린 줄 몰랐었다. 초반에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요즘에는 팀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라고 했다. 선수단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이진오 트레이너는 "옆에서 지켜보니 성격이 굉장히 무던한 스타일이다. 안좋은 일이 있어도 빨리 털어낼 줄 알더라. 보통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가진 대담한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프링캠프에 와서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고 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다"고 귀띔했다.
▶고원준의 도우미들
고원준의 롯데 생활을 가장 많이 챙겨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역시 가장 편한 건 동기였다. 고원준은 "동기인 허준혁(좌완) 오수호 양종민과 친하게 지낸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보기도 편하고 선배들도 나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동기들을 통해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훈련이 펼쳐지는 마리아나 구장에서 이 네 선수는 시간이 나는 틈틈이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허준혁은 "쉬는 시간에 원준이 방에도 놀러가는 등 가깝게 지낸다. 롯데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지금은 완벽히 적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배지만 또래인 이재곤 김수완 등도 고원준의 팀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롯데의 제주도 출신 선배인 강민호와 김문호. 이들은 고원준과 함께 팀내에서 제주도 3인방으로 통한다. 강민호는 "아무래도 초등학교 후배이고 같은 지역 출신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고 했다. 고원준 역시 "평소에 두 선배가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원준과 마찬가지로 넥센에서 롯데로 넘어온 황재균 역시 고원준의 적응을 돕는 선수 중 한 명. 고원준은 "팀 생활이나 야구에 대한 이것저것을 많이 가르쳐준다"고 밝혔다.
고원준은 이어 "윤학길 수석코치님이 내가 넥센 2군에 있을 때 감독님이셨다. 그 때의 인연으로 나를 많이 예뻐해주신다"고 했다. 동료들의 도움과 힘든 훈련을 통해 점점 롯데맨이 되어가고 있는 고원준이다.
사이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