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께 단행된 개각 18곳 중 최중경 지경부 장관 내정자, 정병국 문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27일에는 박한철 헌법재판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전관예우 등의 논란에 휩싸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낙마해야 했다.
하지만 고위 공직에 임명됐다고 해서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은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공직 23곳과 청문회만 진행되는 34곳 등 총 57곳이다.
청문회 후 국회 임명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직책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13명,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 등이다.
또 ▲주요기관장 6명(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합동참모의장, 방송통신위원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6명(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중앙선관위 위원 6명(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특임장관 포함한 장관 16명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만 진행한다. 이들 간의 차이는 비단 임명동의 여부뿐만이 아니다. 청문회를 진행하는 위원회도 다르다. 국무총리 등 임명동의가 필요한 직책은 근거 규정인 헌법에 따라 별도로 구성된 인사청문특별회에서 검증을 받고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야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통과하게 된다. 만약 본회의에서 '검증대상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이 내려지면 대통령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각 부처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도덕성, 업무수행 능력 등을 검증한 뒤, 내정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끝이 난다. 주요 정부기관장 및 국무위원 등에 대한 대통령 고유 인사권을 존중해, 이들에 대한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제도가 들어선지 20여년이 됐음에도 짧은 인사청문 기간, 후보자 측의 자료 미제출 및 증인 불출석 등은 청문회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관련 법령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 인사청문회를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이 기간 동안 후보자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서 검토한 뒤 청문회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105대 의회의 경우, 의회가 후보자를 인준하는 데 평균 73일이 걸렸다.
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증인 불출석도 고질적인 문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실제로 야당 소속 지경위원들은 최 내정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친인척 사생활 보호를 근거로 관련 자료를 제출을 거부하는 최 내정자 측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국회 문방위에서는 "정병국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 2명을 고발해야 정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서 증인 불출석을 이유로 고발한 경우는 2007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2건, 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1건 등 3건뿐이다. 더욱이 고발된 증인들은 각각 무혐의, 기소유예, 벌금형 선고를 받았을 뿐이다. 청문회 자료 미제출의 경우 고발까지 이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와 함께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업무능력이나 정책적 소신보다는 재산이나 병역 등 도덕성 검증에만 치중하거나 여당 의원들이 검증해야할 후보자를 감싸고 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 청문회 풍경이 됐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 측은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중심으로 병역이나 재산 및 학력 및 재산문제 등 과거의 행적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사전 예비심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예비심사 결과 바탕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고 그 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