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

해적에게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팔·다리 골절로 인한 과다 출혈 등 2차 합병증이 우려되고 있다. 다리뼈 접합 등을 위해 25일 하려던 2차 수술을 미룬 것도 혈액 응고와 지혈 효과를 하는 혈소판 수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 것은 삼호주얼리호 총격 현장에서의 과다 출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리와 팔뼈가 부러진 상태로 있는 바람에 지금까지 출혈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정강이뼈 등 긴 뼈가 부러지면 출혈이 계속되고 주변 근육이 손상되는 등 2차, 3차 합병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계속된 출혈은 혈소판 수치를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러진 다리를 움직이지 않게 하고, 다리와 팔 부분의 골절에 따른 통증을 줄이기 위해 수면상태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 선장이 복부에 총격을 받았지만, 심장이나 폐 등 주요 장기가 손상되지 않았고, 혈압과 맥박 등이 정상 수치를 보이고 있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주대 이국종 교수 등 의료진이 오만으로 떠나기 전에 현지 의료진과 통화를 했는데, 석 선장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우리 의료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석 선장이 입원 중인 오만 살랄라의 술탄 카부스 병원측은 석 선장이 2차 수술을 받지 않아도 본국으로 이송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복부엔 아직 총탄이 박힌 상태지만 혈관이나 신경에는 영향이 없어 위험한 고비를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씨의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한국 의료진이 26일 현지에 도착한 이후 내려질 전망이다. 한국 의료진은 현지 도착 직후 술탄 카부스 병원 의료진과 회의를 열어 한국으로 즉시 이송할지 아니면 현지 병원에서 2차 수술을 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술탄 카부스 병원 의료진과 현지 주민들은 석 선장을 '코리안 페이션트(환자)'라고 부르며 석 선장의 상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해군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과 석 선장의 입원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한국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그의 안부를 묻던 현지 주민들은 석 선장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반기면서 그의 쾌유를 빌었다. 술탄 카부스 병원 집중치료실(ICU)에 입원한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 밖에서 20일간 노숙하고 있는 모하메드 알리(33)씨는 "ICU 안에서 '코리안 페이션트'의 얼굴을 한 번 봤는데 계속 잠들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한국 정부가 앰뷸런스 비행기를 보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간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석 선장에게 투여할 혈액 헌혈을 담당했던 병원 직원 아싸리(45)씨도 "그를 위해 한국인들이 앞다퉈 헌혈에 나서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주(駐)오만 한국대사관은 이미 석씨의 이송 작업을 위한 출국 수속 등 행정 절차 준비를 모두 마쳤다. 선원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와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도 직원들을 추가로 오만 현지에 파견해 그의 이송을 위한 에어 앰뷸런스(환자 이송 전문 항공기) 섭외와 운항 스케줄 확보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에는 외교통상부 이수존 심의관을 단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 본진이 살랄라에 도착했다. 한편 구조된 선원들이 탑승한 삼호주얼리호는 25일 오만 무스카트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