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사서(司書)직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4급 지체장애인이 공무원 최고위직인 1급(관리관)이 됐다. 24일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으로 승진한 고인철(55)씨다. 국회도서관 330여명 직원 중 1급은 한 명뿐이다.

그는 "31년 공직생활 동안 장애인이어서 혜택받은 것도, 차별받은 것도 없다"며 "똑같은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해 왔다"고 말했다. 그가 1981년 9급 사서직으로 처음 국회도서관에 들어온 것은 일반 기업의 차별 때문이었다. 그는 "4살 때 온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해졌는데 기업체에 여러 번 시험봤지만 장애인이어서 번번이 탈락했다"고 말했다.

"공직은 장애인을 차별하지도, 특별하게 대우하지도 않으니 실력으로 맞서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 중 한 곳에서는 합격했는데도 장애를 문제 삼아 탈락시킨 일도 있긴 했어요."

9급으로 출발했지만 꿈은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처음 실시된 입법고시 사서사무관(5급)에 도전해 합격했다. 그는 "1978년부터 고시를 목표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이유로 특별대우를 바란 적은 없습니다. 원하면 숙직에서 빼준다고도 했지만 사양했어요.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할 뿐, 다른 직원과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한편 이날 국회도서관 임미경 정보관리국장(56)은 2급(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여성으로서는 국회도서관 최고위직이다. 임 국장 역시 1981년 7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31년째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