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주인공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린 현빈(29)이 해병대 입대를 자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본지 1월 13일 보도
전방 수색대대에서 복무하다 지난 2009년 2월 제대한 가수 김태우(30)는 이른바 '연예 병사(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원)' 면접시험을 봤지만, 발탁 직전 "야전생활을 하는 수색대원으로 남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는 사단장, 군단장 표창장과 화천군수 감사패를 받으며 화려하게 제대했다. '소신 있는 군 생활'로 주목받은 김태우는 부담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일반 병사가 아닌 '연예 병사'라고 편하게 군 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군대는 어디나 다 똑같이 힘들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힘든 건 매한가진데 일반인들은 '연예 병사'라고 하면 '편하게 군대를 마쳤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고 했다. "사격, 유격 훈련도 똑같이 하는데 인식이 그래요. 그래선지 최근에는 차라리 '이미지 관리'를 위해 야전생활을 택하는 연예인도 늘고 있습니다."
가수 노유민(31·2009년 11월 제대)씨는 "한때 연예인들 사이에서 '연예 병사 절대 가지 마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했다. "예전 가수 김모씨가 군 행사를 너무 많이 뛰어 성대 결절이 왔었대요. '편하게 한다'고 욕먹는데 힘든 건 마찬가지니까 이왕이면 일반 사병으로 가라는 얘기가 나왔던 거죠."
가수 싸이(34·본명 박재상·2009년 7월 제대)씨는 복무 당시 "연예 병사를 현역으로 쳐주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낙담한 적 있다"며 "연예인이 현역 일반 사병으로 제대하면 박수를 받지만, 나는 매주 군 장병 앞에서 공연으로 박수받는다고 위로한다"고 밝혔다.
연예 병사로 불리는 '국방홍보지원대원'은 70만 장병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특수부대'다. 1995년 생겼지만 지난 정권부터 군 영화, 뮤지컬 제작 등 연예인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배우 이동건, 이준기 등 17명의 대원이 서울 용산동 국방부 영내에서 생활하며 위문공연, 국군방송, 군 뮤지컬, 국군영화 등에 출연하고 있다. 사회에서 가수, 배우, 코미디언 활동을 했던 사람이 대부분이고 더러 컴퓨터그래픽, 작곡, 마술병도 있다. 국방홍보원이 일반부대에서 뽑아 오는데, 경쟁률은 최고 10:1을 넘는다고 한다. 홍보지원대측은 "작년에는 특히 행사가 많아 대원들이 250여건의 공연을 뛰었다"고 했다.
배우 공유(32·본명 공지철·2009년 12월 제대)씨는 "일반부대에서 있을 때에도 행사 의뢰가 너무 많고, 가만두질 않아 7개월 지내다 아예 홍보지원대로 옮겼다"고 했다. 배우 백봉기(31·2009년 5월 제대)씨는 수색대대에서 6개월간 복무하다 연예 병사에 지원한 케이스다. 그는 "연예인은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군대에 가기 때문에 힘든 일이 많다"고 했다. "연예인으로 살면서 사람들한테 대접받고, 사소한 일도 매니저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막상 입대하면 그저 이등병일 뿐이잖아요. 일반부대에서 적응을 못 하고 말 그대로 '연예인처럼' 굴다가 20대 초반 선임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선임이나 후임들이 연예인을 어려워해서 무리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도 생겨요."
지명도가 낮았던 백씨는 연예 병사 생활을 통해 연예계 인맥을 쌓고, 사회생활도 배우고, '방송감(感)'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라디오 디제이, 행사 진행, 현장 리포터까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도 떠맡다 보니 역량이 더 커져, 한때는 국군방송의 '유재석'이라고도 불렸다"고 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 불만을 갖는 연예 병사가 더 많은 편. 온갖 행사에 동원되다 보니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를 망칠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다. 그동안 작품활동으로 신비롭고 진지한 이미지를 쌓아온 배우 A씨는 "여느 부대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간이 천막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마을주민 대상 사인회를 열어야 해서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노유민씨는 "일부 연예 병사는 사회에서라면 평소 거들떠도 안 봤을 스케줄을 시킬 때 '군대에서 연예 병사 인력을 남용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가지기도 했고, '밖에서 이렇게 일하면 1년간 1억원은 벌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하는 통에 주변에서 동료가 다독여주고 설득했다"고 했다.
"상황이 열악할 때도 있지만, 사실 안 되는 일이 없는 게 군대 아니겠어요. 저도 마이크와 반주 없이 '생목소리'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의상 코디네이터가 없어 옷도 직접 택배로 받아서 꾸며 입고, 화장은 비비 크림 가지고 다니면서 혼자 하고. 늘 누가 대신해주던 것들인데, 철 많이 들었지요. 가수 싸이 형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연할 때 자진해서 14곡씩 부르기도 했어요."
한 배우는 "연예인들이 모여 있다고 기강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입대 전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선임 병장으로 만난 한 배우와는 현재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병장이 TV 보고 있는데 그 앞을 생각 없이 지나갔다가 된통 혼났지요. 탁자의 물건을 다 쓸어버리며 화를 내고. 당시에는 군기가 바짝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생활했지만, 제대하고 나니까 마음에 앙금이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