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가톨릭대에 재학 중인 임재욱(21·경영 1년)·정성일(21·경영 1년)씨는 학교 홍보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학교 주변의 상점·버스표지판·현금인출기 등에 잘못 표기되어 있는 교명(校名)을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의 바른 명칭은 '가톨릭대'인데 부천 곳곳에 '카톨릭대'나 '가톨리릭대'로 잘못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외래어표기법상 '가톨릭(Catholic)'은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카'가 아닌 '가'로 표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교명이 잘못 표기된 표지판을 가리키는 학생들.

얼마 전에도 이들은 소사구 역곡동주민센터 앞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교명이 잘못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 임씨가 "학교 이름이 '가톨리릭대'로 표기되어 있다"며 표지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씨는 "부천시청에 연락해 빨리 고치자"고 응수했다.

이들은 교명이 잘못 표기된 업소를 직접 찾아가고 공공기관의 간판은 담당자에게 연락해 고쳐줄 것을 부탁한다. 그동안 학교 주변에서 10곳을 고쳤고 20개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교명을 바로잡았다.

임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특이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면서 "고유명사에 관심이 많아 잘못 표기된 교명부터 고쳐보자고 마음먹고 정씨와 같이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대희'와 탤런트 '김태희'는 한끗 차이지만 둘은 확실히 다른 사람입니다. 일반인은 잘 몰라도 학교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거든요. '잘못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고 다짐했죠."

그러나 교명을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씨는 "학교 앞에 있는 한 상가 간판이 '카'로 표기돼 있길래 정중하게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무슨 상관이냐' '이름 하나가 무슨 대수냐'며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계속 찾아가 고쳐줄 것을 부탁했다. 돈은 따로 들지 않았다. 'ㅋ'을 'ㄱ'으로 바꾸기 위해 작대기 하나만 배경색 테이프로 붙이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곡북부역에서 학교로 오는 51번과 51-2번 버스의 음성 안내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이번에 내리실 정류장은 카톨릭대"라는 부분도 '가톨릭대'로 바꿨다.

가톨릭대 홍보팀 원천우 담당자는 "언론들도 오랫동안 관용적으로 '가'를 '카'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인들도 카톨릭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학교 인근 편의점과 안경점 등 아직도 이름을 고쳐야 할 곳이 20여곳이 된다"면서 "모든 곳에서 교명이 제대로 표기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