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철 기자]"제 차가 은색인데 조만간 노란색으로 도색하려고 해요. 어린이집 차처럼".(웃음)
2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돌아온 사나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2011시즌을 준비했다. 좌완 이혜천(32. 두산 베어스)이 유쾌한 웃음으로 2011년 초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1998년 전신 OB에 입단한 뒤 11시즌 동안 통산 53승 40패 6세이브 56홀드 평균 자책점 4.16의 성적을 남겼던 이혜천은 2008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일본 야쿠르트에 입단했다. 특이한 투구폼과 150km을 상회하는 빠른 직구가 장점으로 꼽혔던 이혜천은 2년 간 61경기 1승 2패 1세이브 17홀드 평균 자책점 4.12을 기록한 채 퇴단했다.
그리 성공적인 일본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복귀한 이혜천은 지난 8일 계약금 6억원 연봉 3억 5000만원 옵션 1억 5000만원에 두산과 복귀 도장을 찍었다. 김경문 감독은 돌아온 이혜천에 대해 "선발로 먼저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를 외국인 투수 2명-김선우에 이어 4선발 후보로 놓고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을 떠났다.
"계투 훈련을 하다가 선발 보직으로 이동하면 어깨에 탈이 날 수 있다. 일단 선발투수로 훈련을 하고 시즌 중 여의치 않을 때 계투로 이동하는 쪽이 오히려 낫다". 보직 이동 상황도 염두에 둔 김 감독이지만 기왕이면 이혜천이 선발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 담겨있다.
"선발을 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에 계투로 가라고 하시면 가야지요"라며 웃은 이혜천. 그러나 이혜천은 선발로도 그리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06시즌 본격적으로 선발투수의 삶을 살았던 이혜천은 그 해 8승 6패(132이닝) 평균 자책점 2.79(4위)을 기록했다. 당시 주포 김동주의 어깨 부상으로 타선 지원이 빈약한 상황서 일군 성적임을 감안하면 시즌 10승 이상도 가능했을 기록.
2007시즌 허리 부상으로 페넌트레이스에 출장하지 못했던 이혜천은 2008년 7승 5패 평균 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커리어로우에 해당하는 성적이었으나 그는 포스트시즌 5경기(선발 3경기)서 평균 자책점 3.06으로 제 몫을 했다. 2패를 떠안기는 했으나 기록이 보여주지 못한 구위를 뽐냈고 그 덕택에 일본으로 이적했다. 미검증 선발 요원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승이 간절한 팀을 위해 어떤 보직이던지 소화하겠다는 이혜천의 선수단 내 생활은 활기차다. 특히 그는 자신의 등번호 49번이 새겨진 언더셔츠를 입고 훈련에 열중했는데 목 부위 등번호 반대편에는 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태양 군을 의미하는 그림을 새겨넣은 것.
"지난해부터 입었던 언더셔츠에요. 이 무늬요? 태양이, 태양이. 내 아들을 의미하는 거지".(웃음)
선수 본인 또한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우승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그만큼 이혜천은 "말로만 V4 염원이 아닌 선수들 뇌리에 구단 사상 네 번째 우승이 정말 필요하다는 점을 새겨놓고 개막을 맞고 싶다"라고 밝혔다.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던 이혜천은 이 이야기에 잠시 진중해졌다.
그러나 입담은 여전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김)선우형이 내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이래뵈도 위계질서를 지키는 스타일이라 선우형을 모시고 가야한다"라며 정중히 인사한 이혜천은 한 마디 농담을 더 하고 자리를 떠났다.
"제 차가 은색이거든요. 형님 모시기 편하게 조만간 노란색으로 도색할 겁니다. 어린이집 버스처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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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