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북 리뷰 지난달 19일자는 뉴욕 지하철에서 시민들의 독서 장면을 스케치한 '문학 지하철(Literary Underground)'이라는 통단 일러스트를 실었다. 이 그림에 소개된 시민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한국 소설가 김영하의 장편 '빛의 제국(영문판 제목은 Your Republic Is Calling You)'을 읽고 있었고, 말풍선에는 "한국판 율리시스다.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일러스트에 소개된 10권의 책은 미국 시민들이 현재 읽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문학이 단순한 소개 수준을 넘어 널리 읽히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왼쪽부터)김영하, 신경숙.

오는 4월 미국에서 출간 예정인 신경숙 장편 '엄마를 부탁해(영문판 제목 Please Look After Mom)'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작품의 영문판을 내는 크노프 출판사는 지난해 9월 가제본을 만들어 일찌감치 홍보에 나섰다. 미국에 체류 중인 신경숙씨는 "크노프가 '엄마를…'에 대해 미리 받은 서평만 6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신씨의 판권 수출을 담당한 임프리마 에이전시의 이구용 전무는 "미국 출판사들은 보통 출간 3개월 전에 홍보에 들어가는데 '엄마를…'은 7개월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이 작품이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서평 전문지 커쿠스 리뷰(Kirkus Review)도 지난 1일자에서 '엄마를…'을 "초판 10만부를 찍을 책"이라고 소개했다.

뉴욕 지하철의 독서 풍경을 그린‘뉴욕 타임스 북 리뷰’일러스트. 한국 작가 김영하의 장편‘빛의 제국’을 읽은 한 뉴욕 시민이 “한국판 율리시스”라고 평하는 장면을 실었다.

최근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의 진로와 위상을 모색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세계문학론-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창비)에 수록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둘러싼 쟁점들'이란 글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 과정에서 '유럽문학=세계문학'이라는 보편성을 선점한 유럽 중심 지형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윤 교수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새로운 구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세계문학은 각각의 민족문학이 이룬 다양한 성취를 국제적인 평가구조 속에 편입시키는 싸움을 통해 이룩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소설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는 김연수씨는 '한국어는 과연 산문 문장에 적합한 언어일까'라는 글에서 구체적인 번역 방식을 제안했다. 김씨는 "한국소설에서 감정적으로 표현한 문장들의 아름다움은 영어로 옮겨질 때 거의 유실되는 반면, 미국 독자들에게 영어로 옮겨진 한국소설은 사실적 표현이 결여된 문장"이라며, 양국 언어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3단계 번역법'을 제시했다.

그는 '자동차-SUV-소렌토R'을 예로 들었다. "한국 독자들은 소설에서 2단계인 SUV까지만 묘사해도 되지만 미국 독자들은 3단계인 '소렌토R'이라는 구체적 사실까지 표현하길 원하기 때문에 번역할 때 소설가가 다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