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당신의 축구엔 라벤더향이 있어.' 구자철의 호주전 선제골 직후 인터넷 축구 게시판에 줄을 이은 찬양 댓글이다. 태극전사들도 중독됐다는 SBS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던진 "당신의 액션엔 라벤더향이 있어"라는 명대사의 패러디다. '라벤더향' 축구선수 구자철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구자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충주 남한강초등학교를 다니다 인근 중앙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스카우트 됐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틈만 나면 공을 차는 아이였다.
청주 대성중학교 입학 때 구자철의 키는 1m46에 불과했다. 집안에 1m70 이상이 하나도 없는 탓에 걱정이 많았다. 매일 우유 1ℓ를 밥먹듯이 먹었다. 그라운드에서도 물 대신 우유를 마셨다. 키는 작았지만 영리하고 날쌨다. 소년 구자철은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타고난 담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승부차기 전담 골키퍼로도 활약했다. 이때도 주장이었다. 주로 보던 포지션은 스위퍼(최종 수비수)였는데 '중앙 미드필더'를 꿈꾸던 소년에게 영 마뜩치 않은 자리였다. 아버지 구광회씨(51)는 아들에게 "시야를 넓히는 데 그만한 자리가 없다. 나중에 미드필더로 서게 됐을 때 공의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어린 시절 몸으로 익힌 폭넓은 시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구자철에게 큰 도움이 됐다.
서울 보인고 시절 임근재 감독은 실력 못잖게 인성을 강조했다. 구자철은 뛰어난 친화력을 자랑하는 '바른생활'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걱정하던 키도 1m82까지 자랐다. 행운도 따랐다. 고3이던 2006년 제주에서 열린 백록기 대회 결승에서 마침 관전 온 정해성 당시 제주 감독의 눈에 들었다. 구자철은 이듬해 K-리그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제주에 입단했다. 2007년의 구자철은 미완의 대기였다. 당시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던 조동현 감독이 이름조차 모를 정도였다. 구자철의 아버지는 "키는 순식간에 자랐지만 실력은 한단계 한단계 천천히 성장했다"고 했다. 중고교 시절 부상이라곤 모르던 구자철은 K-리그 제주 입성 직후인 2007~2008년 부상에 시달리며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근력 부족이 이유였다. 2008년 12월 가족여행을 제안하는 아버지의 말에 구자철은 "중요한 시점이라 여행을 미뤄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남 함양으로 들어갔다. 재야의 소문난 운동치료사인 소병진 선생, 일명 '소나무 선생'에게 한달간 스파르타 개인 레슨을 받았다. 한달 후 장딴지가 터질 듯이 단련된 상태로 돌아온 그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주장으로서 8강을 견인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스타덤에 기름을 부었다. '캡틴' 구자철은 '홍명보의 아이들'의 중심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구자철은 지난해 12월 K-리그 대상식에서 '도움왕'과 '베스트 11', ' 팬들이 뽑은 팬타스틱 플레이어' 에 선정됐다. 또 여대생들이 뽑은 크리스마스에 데이트하고픈 선수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