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 가와이!(귀엽다, 귀여워!)"
양머리 모양으로 수건을 동여맨 한국 여성들을 보고 일본 관광객들이 내지르는 탄성이다. 이번엔 '비까비까(빛나빛나)'다. 사우나를 막 하고 나온 여성들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걸 보고 그런다. 일본 여성들이 많이 찾는 서울 찜질방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신사동 '스파레이'는 패키지 관광객을 받지 않는데도 주말 40명, 평일 10명 안팎의 일본 손님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명동 천지연은 그룹으로 오는 일본 여행객들 예약이 빼곡하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 사우나를 찾아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 건 3, 4년 전부터. 고환율 관광특수로 일본 관광객이 3배나 급증했던 2009년 겨울엔 서울시내 찜질방 곳곳에서 일본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온천'으로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일본인들이 한국 사우나를 지속적으로 찾는 이유는 뭘까.
■전신 때밀이 코스가 단연 인기
일본 여성들은 잡지나 인터넷을 보고 한국 찜질방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요코하마에서 온 에이꼬(22)씨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안전하고 깨끗해서 여성 전용 찜질방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아카수리'로 불리는 세신(전신 때밀기) 마사지다. 31년 경력의 세신사로 일본말에도 능통한 윤모 씨는 "초창기에는 자기 피부에서 나온 때가 신기하다며 그걸 둥글게 뭉쳐 기념으로 가져가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때 미는 강도는 한국인의 절반 정도. 타월도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 민다. "한국 여자들은 왜 모두 피부가 하얗고 뽀송뽀송하냐고 물어요. 1주일에 한 번 꼭 때를 밀어서 그렇다고, 좌욕·경락 같은 목욕문화가 발달해서 그렇다고 말해주죠." 실제로 일본 여성들은 자신들 온천보다 훨씬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한국 찜질방을 신기해한다. 한방 좌욕, 경락, 부항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이유. 10만~20만원대 코스를 주저 없이 선택하고 즐긴다.
■한증막 한국 여자, "정말 강해요"
때 미는 것을 넘어 이제 일본 여성들은 찜질방, 한증막에 더 열광한다. 이태원, 동대문, 신사동 등 서울에만 오면 반드시 찜질방에 들렀다 간다는 아이자와(40)씨는 후끈한 열기가 쏟아지는 한증막에도 곧잘 들어간다. 가마니를 쓰고 들어갔다가 몇 초도 안 되어 비명을 지르며 나오는 대개의 일본 여성들과 달리, 가운만 입고 최대 2분까지 버틴다. 하지만 한증막에 들어설 때마다 아이자와씨는 여전히 놀란다. "달걀이 익을 정도로 뜨거운 공간인데, 한국 여성들은 가운까지 벗고 맨몸으로 앉아 있으니까요. 5분 이상, 그것도 뱃살을 막 당기면서요. 한국 여성들은 정말 강한 것 같아요." 처음 좌욕을 할 때에도 그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몸에 불이 붙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옆의 한국 여성들은 태연자약. "노폐물, 독소가 빠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 여성들이 이런 걸 많이 해서 피부가 좋구나 싶었지요." 스파레이 최미영 주임은 '시간'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굉장히 예의바른 일본 여성들이지만 시간만은 칼같이 따져요. 전신 때밀이 코스가 1시간짜리인데, 세신사들 손이 빨라 50분 만에 끝나면 컴플레인을 하며 요금을 돌려달라고 하지요. 반면 좌욕기에서는 직원이 '끝났습니다' 할 때까지 한국 분들은 앉아 계시는데 일본 분들은 그 말 나오기도 전에 초침에 맞춰 벌떡 일어서죠."
■목욕문화는 최고, 매너는 별로
찜질방에서의 매너에 대해서는 낮은 평점을 매겼다. "아무리 여성들끼리지만 가운을 벗고 맨몸으로 마루에 누워 있는 것은 보기 흉해요. 눈을 어디에다 둬야 좋을지 모르겠거든요." 오사카에서 온 마나미(35)씨는 "우리는 목욕탕에서도 물속에 들어갈 때 빼고는 몸을 수건으로 가린다"면서"공동 사우나인 만큼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3년간 살다 왔다는 조유정씨는 "일본 여성들은 왜 저렇게 몸을 대충 씻고 나가나 싶을 정도로 물을 적게 쓰는 강박이 심한 것 같아요. 대신 뒷자리는 아주 깨끗하죠. 쓰던 바가지까지 물 빠지라고 모두 엎어놓고 나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