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난 4일 총경 승진 임용예정자 명단(82명)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서울 31개 경찰서 중 형사과장 평가 1위를 한 광진경찰서 정두성 경정이 포함됐다. 광진서 강력5팀은 지난해 초 전국 568개 강력팀 중에서 강력수사 분야 실적 1위(2009년 하반기 기준)를 차지해 베스트수사팀으로 뽑혔다. 같은 서 강력1팀은 지난해 하반기 민생침해범죄 집중단속기간(8~11월) 동안 서울 관내 강·절도 검거 실적 1위를 했다. 이곳 강력계장 역시 지난해 서울 관내 강력계장 평가에서 1위를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특진할 수 있는 계급 중 높은 순서인 경감·경위·경사 특진이 나온 곳이 광진서"라고 했다. 광진서는 왜 강력 분야 '성과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걸까?
광진구는 2008~2009년 서울에서 절도 사건이 가장 많은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아파트보다 다세대 연립주택이 많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생계형 범죄자, 전문 절도범의 빈집털이 대상지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 '절도 발생'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송파, 영등포, 강서, 강남에 이어 5위로 내려앉은 것.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광진서는 강력팀 인원이 강·절도범 수사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다 보니, 이제는 노하우와 첩보가 쌓여 실적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광진서 강력5팀은 2009년 4월 이후 지난해까지 총 207명의 범죄자를 검거했는데, 이 중 170명이 절도와 장물 혐의였고, 14명이 강도 혐의였다. 나머지는 살인 2건, 강도살인미수 9건, 강간 11건, 방화 1건이었다. 강력5팀의 한 형사는 "강·절도는 밑바닥 수사, 저인망식 첩보활동이 중요한데 이 부문에서 광진만의 노하우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리해온 청송교도소 출신 전과자들로부터 범죄 동향을 수집하고, 서울 시내 금은방 주인들로부터 장물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당직하는 날은 서울 전역 금은방 10~20곳을 도는 걸 목표로 한다. 빈손으로 가지 않고 꼭 비타민 음료 한 박스씩 돌리면서 협조를 부탁한다. 오랫동안 귀금속 장사를 한 사람은 절도범을 잘 알아본다. 이들이 절도범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음료를 권하면 병에 지문이 남는다. 이렇게 잡은 적이 많다."
또 검거 후에도 즉시 조서를 꾸미지 않았다. "먼저 사무실에 담당형사 1명과 범죄자 1명만 남아 그동안 살아온 성장배경, 생활형편, 관심사를 충분히 얘기해, 경계하는 마음을 누그러뜨린 다음 조서를 쓴다. 2~3인조인 경우, 한 명이 훔친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걸 잘 이용해 범죄자끼리 사이를 멀어지게 해 진술을 유도한다. 전문털이범은 워낙 잔머리를 잘 굴린다. 심지어 '이미 징역을 다 살고 나온 과거 범행 때 남은 장물을 땅속에 묻어놨다가 꺼내 팔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범죄자도 있었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아는 거다. 사전증거를 충분히 준비해 꼭꼭 물고 들어가지 않으면 도리어 당한다."
광진서 강력1팀의 한 형사는 "이번에 1위 평가를 받은 팀장, 강력계장, 형사과장 모두 순경 공채로 경찰관을 시작해 승진, 특진을 거쳤기 때문에, 검거 실적으로 특진자를 배출하자는 분위기가 다른 경찰서보다 강한 편"이라고 했다.
강남권과 광수대에서 근무한 형사는 "원래 시민에겐 강남, 광수대 쪽이 언론 대응을 잘해왔기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진 편이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지 예전부터 서울 경찰에서 실적이 좋다고 알려진 곳은 광진·강동·강서서 강력팀이다. 그러니까 '변두리서'가 오히려 검거 실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 뒤에 숨어 있는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광진서의 한 강력팀 경장은 동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강도상해범을 검거·구속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증거가 없는 절도 혐의 30여건을 허위자백시켰다'는 피의자측 고소 때문이다. 이에 경찰측은 "피의자는 법정에서 말을 바꾸고 악의적으로 경찰을 고소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성과주의를 비판하면서 나왔던 주장 중의 하나가 '경찰이 살인범(50점)을 잡느니, 침입절도범(20점) 3명을 잡는 게 점수가 높아서 경찰들이 쉬운 수사만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었다. 정말 그런 걸까? 경찰청 강력계장은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범죄의 경중을 떠나서 절도범은 '비대면(非對面) 범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살인·강간범보다 더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