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파워히터는 제발 좀 잊어줘라".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갖추게 될 포수 강귀태(32)에게 엄포를 놓았다.
김 감독은 오는 13일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차려질 스프링캠프에 앞서 포수 부문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마운드의 중요성을 인식, 직접 투수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결국 배터리를 이뤄 최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포수와의 호흡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강귀태를 비롯해 유선정(25), 허준(30), 이해창(24) 4명의 포수가 참가한다"고 말한 김 감독은 "포수는 수비의 중심이 되는 중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투수와 호흡하며 볼배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감독은 "포수는 방망이보다 수비에 더 치중해야 한다"면서 "김동수 배터리 코치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알아서 잘 지도하리라 본다"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강귀태가 대화 주제로 바뀌자 김 감독의 언성이 낮게 깔렸다. 강귀태는 넥센의 주전 포수. 히어로즈가 창단한 2008시즌부터 안방을 책임지고 있다.
김 감독은 "강귀태는 올해가 끝나면 FA가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능력이 안되면 FA 조건을 채워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2군은 언제든 갈 수 있다. 강귀태는 실제로 작년에 한달 동안 2군에 가있기도 했다"면서 "FA라는 이유로 강귀태의 경기 출장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포수답게 수비에 더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강귀태가 스스로 '파워히터'라고 말하더라. 한시즌에 홈런 3~4개 치면서 파워히터가 말이 되냐"고 쓴웃음을 지은 김 감독은 "몇차례 이야기를 했는데도 잘 바뀌지 않는다. '방망이는 일시적이다. 수비에 더 치중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면서 "본인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귀태는 아직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2009시즌에도 326타석에 그쳐 규정타석인 412타석과 한참 멀었다. 부상도 있었고 공격에서도 부진했지만 수비 문제가 가장 컸다. 타율도 최근 4년 동안 2할3~4푼대 그치고 있다. 홈런은 9시즌 통산 30개에 불과했다. 두자리수는 한 번도 없었다. 다시말해서 올해도 주전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계약 마지막 해인 김 감독은 일찌감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고된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강귀태의 각성은 이번 넥센 스프링캠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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