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감(Sixth sense)이라는 게 실재할까. 미 심리학계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일종의 ‘미래 예감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불가사의한 영역을 전문 용어로는 ‘초감각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이라 부른다. 영화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그간 학계에서는 과학성이 떨어진다며 도외시했다. 하지만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미 코넬대학의 대릴 벰 박사가 최근 이 능력을 두둔하는 논문을 썼다. 게다가 권위 있는 학회지인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JPSP)이 이 논문을 다음 호에 싣기로 하면서 학계가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전했다.
벰 박사는 지난 10년간 실시한 9가지의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한 실험의 경우 대학생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좌우 두 개의 커튼이 쳐진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중 어느 커튼 뒤에 사진이 있는지 추측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컴퓨터는 학생이 답한 직후 무작위로 어느 한 커튼 뒤에 사진을 올리게 돼 있었다. 실험결과 선정적인 사진의 경우 정답률이 53%였다. 선정적이지 않은 사진은 50%였다. 벰 교수는 “초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어떤 사진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수집한 자료와 다른 ESP 관련 연구로 볼 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ESP를 줄곧 비판해온 오리건대의 레이 하이먼 교수는 “메이저 저널이 이런 논문을 허용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학계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저널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눈길을 끄는 논문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행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반면 연구와 발표의 개방성을 들어 출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JPSP 편집자인 찰스 저드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통상 절차에 따라 신뢰도가 높은 익명의 학자 4명의 리뷰를 거쳤고 모두 저널의 편집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정했다. 설사 그것이 기존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도 정당한 발표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