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교회 중 하나로 등록 신자가 7만명에 이르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가 새해 첫 주일예배 직후 교회 내에서 벌어진 담임목사와 부(副)목사 간의 폭력사태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2일 1부 예배가 끝난 직후인 오전 8시 45분쯤 김지철(63) 담임목사가 있는 당회장실에 1일자로 보직 해임된 조모(여·61) 부목사와 지난해 7월 해임된 최모(53) 전 부목사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강력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김지철 담임목사가 왼쪽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최 목사는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김 목사가 먼저 목을 조였고 이를 방어하다가 서로 넘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5일 최 목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소망교회의 폭력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12월에는 김지철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가 김 목사 반대파 집사를 폭행했고, 지난해 9월에는 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와 반대하는 장로 간 폭행사건도 벌어졌다.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 업무상 배임·사기·횡령 등 고소·고발도 10여건에 이른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곽선희 원로목사와 김지철 담임목사 지지세력 간의 알력으로 보고 있다. 1977년 소망교회를 세운 곽선희 원로목사가 2003년 은퇴하고 장로회신학대 교수로 있던 김지철 목사가 부임하면서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그룹 간 세력 다툼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곽선희 원로목사는 자신의 후임으로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두 명의 젊은 목사를 추천했지만, 이들이 중도에 탈락하면서 중진급인 김지철 목사가 부임하게 됐다.
김지철 담임목사가 해임한 두 부목사는 곽선희 원로목사의 측근이다. 1999년부터 소망교회에서 일해온 최 전 부목사는 당회 의결이라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을 해임했다고 주장한다.
조 부목사도 사전에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2일 1부 예배 때 배포된 2011년도 교구 편성표을 보고서야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지철 목사측은 최 전 부목사 해고는 외국 시민권자는 교회 시무를 할 수 없다는 교단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고, 조 부목사는 김 목사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에 징계 차원에서 보직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교인들도 두 파로 나뉘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소망교회는 '소망교회 전교인 일동'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전·현직 부목사 두 명이 담임목사를 일방적으로 집단폭행한 사태에 대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5일 '소망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들' 이름으로 "김지철 목사의 증언만으로 두 부목사를 폭행범으로 몰아가는 보도와 경찰수사 진행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개신교계 인사들은 대표적인 엘리트 교회인 소망교회가 분규에 휩싸인 것에 충격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 교계 언론인은 "신성한 교회 내에서 폭력이 행사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