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열정은 동의어다. 음악 하나를 향해 평생을 돌진했던 락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그는 음악밖에 몰랐고, 오직 음악만이 인생의 전부였다. 음악에 대한 순수는 그를 타오르게 했고, 타오르기 위해 광기어린 열정으로 음악만을 사랑했다.  '네버 엔딩 스토리‘ 김태원의 삶을 그린「락 ROCK 樂」(KBS) 은 음악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설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활동 중인 가수의 삶을 그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였을 것이다. 특히 가수 이승철과 얽힌 악연이 그를 끝없이 좌절의 늪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건너뛸 수 없었기에 더 그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락 ROCK 樂」은 음악에 대한  김태원의 열정, 기타 하나만으로 세상의 왕이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순정이 결결이 녹아있었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태원은 ‘외롭고, 뭐 하나 잘 난 것이 없어서 기타를 시작했고’, 음악을 사랑했다. 천재적 음악성은 비상의 나래를 펴고 훨훨 날아올라 이미 고등학교 시절 ‘기타 무림의 고수’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하면 할수록 더 외롭고 더 고통스러웠다’. 대중의 취향은 열정의 락커가 품고 있는 꿈과는 달랐고, 모든 관심은 보컬에게만 집중되었다. 어둠은 빛을 더욱 빛나게 해줌으로써 가치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어둠이 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이어진 그의 방황의 끝없는 추락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부활은 처절했다. “나도 한번쯤은 빛나보고 싶었다. ”

「락 ROCK 樂」은 4부작이다. KBS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단막극과 장편 사이에서 단막극이 갖고 있는 실험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호흡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논픽션 음악드라마를 추구한 만큼 명장면은 단연코 기타베틀이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실제연주를 한「락 ROCK 樂」. 김태원역의 노민우는 락그룹 트랙스의 기타리스트였고, 지미핸드릭스 역의 노민혁은 아이돌 그룹 클릭비 출신의 기타리스트였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이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벌이는 기타 배틀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베틀은 Trill, Pick Scrape, Bending, Pentatonic Scale Run, Finger Tapping 등 이름도 생소한 기타 기법을 기본으로 한 연주로 시작되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들은 지미 핸드릭스, 지미 패이지 등 전설의 락커와 락그룹의 명곡을 신들린 듯 연주했다. 음악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백미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장면은 7분 동안 지속되었지만, 마치 넋을 잃고 무대 공연을 본 듯, 전자 기타의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을 정도였다.

김태원역의 노민우 뿐만 아니라, 이승철, 이태윤, 신대철 역도 직접 연주와 노래가 가능한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드라마가 한편의 공연과 같았다. Deep Purple, The Ventures, Led Zepplin 등 전설의 락그룹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아픈 사랑 한 자락씩을 갖고 있는 음악인 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함으로써 드라마는 살아 움직였다.

배우들은 아직 낯선 얼굴들이었고,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신선함이 만들어낸 부활의 드라마「락 ROCK 樂」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