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 소년'에서 법조인의 꿈을 이뤄 화제를 모았던 서정암(48·사진) 변호사가 어릴 적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거액의 장학금을 전했다.
광주숭덕고는 29일 "서울대 식물생산산림과학부에 합격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정아영(18)양에게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서 변호사가 장학금 1000만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정 양은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할아버지(75), 할머니(76), 남동생(15·중3)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정양은 중학교 때부터 가장(家長) 역할을 해왔다. 기초생활수급가정에 지급되는 생계보조금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며 학업에도 열성을 쏟았다.
황인용(51) 담임교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밝고 예의바른 학생"이라며 "사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 없지만,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수능 성적도 자연계 학년 전체에서 4등"이라고 말했다.
수시모집에 응시해 서울대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지만 등록금과 기숙사비, 생활비 마련 등 까마득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애를 태워왔다.
정양의 소식을 접한 서 변호사는 구두를 닦으며 고학(苦學)했던 과거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노력하는 정양에게 선뜻 장학금을 기부했다.
전남 강진 출신인 서 변호사는 열일곱 살 때 서울로 올라가 구두를 닦으며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로 재직하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봤기 때문에 정양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학업에 열중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학자금 일부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0.12.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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