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명주 기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비서 캐릭터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을 서포트 하는 역할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극의 ‘깨알 재미’를 담당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몇몇 캐릭터들은 주연보다 오히려 부각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상황.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이를 소재로 한 여러 패러디물이 생겨날 정도다. 덕분에 비서 역을 맡은 신인급 연기자들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을 꼽자면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 비서(김성오)가 있다. 김 비서는 까다롭고 도도한 백화점 CEO 주원(현빈)을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주는 분신 같은 사장 비서다. 사장의 ‘버럭’ 하는 비판과 모진 잔소리에 앙탈과 능청스러운 애교로 무장, 그의 독설을 막아내며 꿋꿋이 잘 견뎌내고 있다.
무엇보다 적당히 능글 능글거리며 주원의 모든 짜증을 다 받아주는 것 같으면서도 자기가 할 말은 끝까지 꼭 해내고 마는 게 이전의 비서들과는 다른 점이다. 김 비서를 연기하는 김성오는 특유의 콧소리와 “어우 사장님”을 곁들이는 완벽한 코믹 연기로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살리며 드라마에 감칠맛을 한껏 더해주고 있다.
더불어 라임(하지원)의 단짝친구인 아영(유인나)을 짝사랑해 아영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더니 그와의 러브라인까지 성사시키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어 극의 재미를 한층 살린다.
이와 함께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 속 강우(임지규)도 눈에 띄는 비서 캐릭터 중 하나다. 강우는 용식(박시후)이 미국 유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생으로 회사 안팎에서 늘 함께 붙어 다녀 용식과 ‘껌딱지 커플’로 통하는 사이다.
보통의 비서들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잘못은 직언하는 캐릭터라 시청자들로부터 ‘투덜 비서’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실제로 박시후와 임지규는 2살 차이가 나는 형 동생 사이. 임지규는 "촬영 전에 시후 형과 애드리브도 같이 상의하고 걸음걸이나 세세한 모션도 상의한다. 연인 연기도 서로 친해지면 감정이 더 잘 살 듯이 형과 친해지면서 점점 연기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며 "12회에서 타이어 갈면서 마누라가 바가지 긁듯이 ‘호강시켜 준다더니 이게 뭐냐’고 투덜거리던 장면이 가장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사실 그 장면을 자연스럽게 봐주실지 처음엔 걱정을 했는데 많이 웃으셨다니 기분이 좋다"고 '껌딱지 커플'의 인기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MBC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의 전태수 실장(전태수)도 이제까지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비서 캐릭터. 극중 전태수는 김 원장(김갑수) 밑에서 일하지만 김 원장에 대한 복수심을 숨기고 있다. 유능하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늘 무표정한 표정을 고수해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몽땅 내사랑’에서 전 실장의 존재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최근 전 실장의 아버지가 김 원장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죽음을 맞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줄거리가 어떻게 될 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 실장은 김 원장의 비리를 캐기 위해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 원장의 잃어버린 딸인 승아(윤승아)와 전태수의 러브라인이 조금씩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어 복수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맡은 역할은 비서이지만 극의 흐름에 있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자리인 셈이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속 비서들. 드라마 시청률까지 견인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들이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선보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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