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한국형 복지' 슬로건을 내놓은 데 이어 27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를 전격 공개했다.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본인도 직접 발기인으로 참석한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 발기인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로에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우리 앞에 많은 난제가 놓여 있지만 여러분이 계시기에 모두 극복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대업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창립취지문을 통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국제경쟁력이 정체상태에 머무는 상황을 바로잡고,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다시 궁핍해질 것이 확실하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바탕한 미래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세계적 종합연구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출사표'에 버금가는 인사말과 함께 연구원 창립취지문은 집권플랜처럼 해석됐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만 해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대선 8개월 전인 2007년 4월에 발표했고, 자문교수단은 그해 1월 외교·안보 분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개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대선 스케줄'이 1년 이상 앞당겨졌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복지'이슈를 선점했고, 이날 78명에 달하는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켜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서도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친박 진영 일부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캠프를 늦게 꾸리는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캠프를 빨리 가동해 이슈를 기획하고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었다.

강경파들은 "이번에도 늦게 움직여 대사를 그르치면 안 된다"며 독자적으로 외곽조직 결성 등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때마다 제동을 걸었고, "내년부터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또 활동을 하더라도 외부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조용히' 밝힐 것으로 예상됐었는데, 의외로 '시끌벅적'한 방식을 택했고, 시기도 박 전 대표가 언급했던 것보다 몇달 이상 빨라졌다.

이에 대해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단독선두인데 굳이 대세몰이 하듯 법안 공청회를 열고,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는 것은 마이너스라며 만류했었는데, 박 전 대표가 그대로 하더라"며 "조기 대선 붐을 일으키면 레임덕을 우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그러면 양측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3선 의원은 "법안 공청회로 '복지'이슈를 우리 것으로 가져왔고, 싱크탱크를 계기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테니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도 "좀 더 일찍 이슈나 사람을 선점해서 현재의 지지율에 플러스 알파(+α)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정책이다. 정책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시작한 것"이라며 "지난 경선 때는 박 전 대표가 당내를 보고 움직였다면 이번엔 국민에게 직접 다가서는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20~3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세몰이로 대세를 굳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