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 덩치 큰 어른이 됐는데 아직도 사춘기 때 가졌던 반항심과 경계심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다."

세계 2대 강국으로 훌쩍 커버린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하고 서구는 물론 주변국과 충돌하는 이유를 이종수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은 티베트, 대만문제부터 한반도 문제까지 미국과 서방의 비판이 나오면 공격적 반응을 보였다.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국가마다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던 중국은 최근 강원도 화천군이 평화의 댐 인근에 달라이 라마의 손 조각을 전시하려 하자 '손 조각을 전시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자 중국은 인권문제로 자신들을 흔들려는 서방의 계략이라고 공격하면서 구(舊)소련도 허용했던 대리인의 시상식 참석조차 불허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북한을 감싸는 것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미국이 자신들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피해 의식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은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서구 열강과 일본에 의해 짓밟히면서 자존심이 구겨지고 피해 의식을 갖게 됐다. 중국은 피해 의식을 바탕으로 1950년대 이후 민족해방노선에 근거해 비동맹운동의 기수를 자처했다. 20세기 후반부터 급성장했지만 중국의 외교정책은 아직 과거의 피해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극단적 거부반응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하와이에서 "미·중관계를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이 지는 '제로섬(zero-sum)' 셈법으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여전히 "중국과 미국이 서로 신뢰하려면 미국이 낡은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의 '핵심 이익'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책연구실장은 "국제사회는 현재 중국에 동거(同居)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중국은 여기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동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변국에 패권 외교를 펼치자 한국·일본·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에서 과거 일본제국주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종수 위원은 "근대 일본은 서구에 느낀 피해 의식을 이웃들에 대한 팽창주의로 변화시켰다. 중국이 일본제국주의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가 궤도를 이탈한 데는 집단지도체제가 갖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중국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집단지도체제를 대표할 뿐 중국 외교의 틀을 바꿀 만한 힘이 없다. 정부 당국자는 "사공(지도부)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기는커녕 계속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호방하고도 졸렬한 중국인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