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골을 넣고 기도세리머니 중인 박주영. 스포츠조선 DB

박주영(25·AS모나코)이 무릎을 다쳤다. 일종의 사고다. 트레이드 마크인 기도 골세리머니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일로 5년전부터 경각심을 일깨워온 지적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주영은 23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정규리그 FC소쇼전에서 후반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무릎 부상을 했다.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고 기도 골세리머리를 하는데 동료들이 기쁨을 함께 하기위해 뒤엉키는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에 부하가 걸렸다. 박주영은 24일 곧바로 귀국한 뒤 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유나이티드 병원 원장)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았다. 무릎 연골을 다쳤고, 최소 4주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경과에 따라 향후 수술을 받아야할 지도 모른다.

박주영의 독특한 골세리머니는 수 년전부터 논란이었다. 그라운드내 종교적인 행위에 대한 허용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부상 우려가 있었다. 2005년 FC서울에 입단한 뒤 박주영은 리그에서 18골을 터뜨리며 '슈퍼 루키'로 맹활약했다. 매번 골을 넣고 무릎을 꿇는 골세리머니를 하자 다수의 축구전문가와 전문의들은 "골을 넣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의 무릎을 꿇는 기도 세리머니는 그라운드 상태나 몸상태에 따라 무릎 부상 가능성을 높인다. 세리머니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주영은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신념의 문제"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에도 기도 세리머니를 계속했다.

한 기독교 유관 언론에서도 칼럼을 통해 '박주영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자신의 신념을 기도 세리머니로 표현하고 있지만 부상 위험이 있는 세리머니를 바꾼다고 해서 믿음이 도전받지는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

다행히 이전까지 기도 세리머니 때문에 박주영이 다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여러 악재가 겹쳐 사고가 터졌다. 사실 소쇼전을 앞두고 박주영은 경미한 무릎 통증을 앓고 있었다. 또 소속팀 경기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출전으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AS모나코 구단 공식홈페이지는 소쇼전에 앞서 박주영의 출전에 대해 '박주영이 무릎 통증 때문에 소쇼전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주영은 출전을 강행했다. AS모나코는 강등권 턱걸이인 17위로 처져 있어 팀내 득점 1위인 박주영이 쉴 상황이 못된다. 또 어렵사리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자신을 보내준 구단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이날 박주영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결승골을 넣었다. 경기 막판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격한 기도 세리머니를 했고, 7경기만에 승리를 맛보게 된 AS모나코 선수들은 더 흥분한 상태로 박주영에게로 달려들었다. 박주영은 송 박사에게 "세리머니를 하는데 동료들이 덮쳤고 그 순간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났다"며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축구 선교사'가 꿈인 박주영이 이번 일로 기도 세리머니를 그만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부상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동료들에게 미리 사정설명을 한다고 해도 골을 넣은 뒤는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통제 불가능이다. 딜레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