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5시쯤 서울 장지동 아이코리아(aiKorea) 대강당에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삽입곡인 '에델바이스(Edelweiss)'가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는 육영학교와 대원외국어고 학생 22명, 대한음악치료학회 소속 음악치료사 5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의 첫 두 소절이 흘러간 후 맨 앞줄에 서 있던 여학생이 나와 손뼉을 치며 춤을 추다 들어가기도 했고, 중간 중간 화음과 맞지 않는 여학생 목소리가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돌발 사고'였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당황한 기색 없이 웃기만 했다.

23일 한국육영학교에서 열린‘베스트버디스 코리아 창립기념 및 후원음악회’에서 육영학교와 대원외고 학생들, 대한음악치료학회 소속 음악치료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날 지적장애나 정서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육영학교와 대원외고 학생들이 주최한 '베스트버디스 코리아 창립기념 및 후원음악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국제베스트버디스가 만든 베스트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1대1 친구관계를 맺은 뒤 함께 어울리도록 해 사회 적응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제베스트버디스는 1989년 J. F. 케네디 전(前)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앤서니 케네디 슈라이버에 의해 설립된 장애인 지원 비영리단체다. 올해 초 유아교육 연수기관인 아이코리아(회장 박태련)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3월부터 육영학교와 대원외고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내년부터 특수학교인 성장별학교와 단대부고도 참여할 예정이다.

베스트버디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원외고 학생 11명과 육영학교 학생 8명은 지난 3월부터 1대1 혹은 1대2로 '버디(짝)'를 이뤄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영화를 보거나 요리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합창 연습에는 대한음악치료학회에 소속된 5명의 음악치료사가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김현우(17·대원외고 2년)군과 김명래(16·육영학교 1년)군의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현우군이 명래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명래군은 자기 앞에 놓인 접시를 던지며 짜증을 냈던 것이다. 현우군은 "당황하긴 했지만 명래 어머니에게 명래가 자폐증을 앓고 있단 얘기를 듣고 이해하게 됐다"며 "그 뒤에는 명래군의 작은 변화에도 감사하며 즐거워하게 됐다"고 했다. 현우군은 명래군이 처음으로 자기를 보며 웃어준 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날,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준 날을 하나하나 손꼽았다.

명래군의 어머니 조미근(49)씨는 "처음에는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들이 명래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친구들을 보고서 달려가 손을 잡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에는 혼자서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고 했다.

이연수(16·대원외고 2년)양은 이지연(19·육영학교 2년)양과 함께 지내면서 "말이 필요없는 우정이 뭔지 알게 됐다"며 말했다. "학교 친구들과는 공부나 연예인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만, 지연이와는 노래를 부르며 손잡고 산책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연수양과 지연양이 산책할 때 같이 부르는 노래는 '애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