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은 "박찬호가 일본에서도 선발로 충분히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구위와 제구력이면 리그가 달라져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지난 2007년말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만난 선 감독과 박찬호가 스트레칭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잠시 귀를 의심했다. 대책 없는 덕담 보다는 냉철한 평가에 익숙한 그가!

삼성 선동열 감독이 오릭스 박찬호의 일본 리그 연착륙을 예고했다. 선 감독은 서울에 머물며 1년중 며칠 되지 않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선 감독은 23일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박찬호는, 내가 보기엔 잘 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 경험만 10년이 훨씬 넘고 구위와 제구력 모두 괜찮은 것 같다. 일본 가서도 선발로 충분히 10승 이상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이후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인 투수 가운데 한시즌 10승을 거둔 사례는 없었다.

'투수 선동열'은 일본프로야구 개척자였다. 96년부터 4년간 일본 주니치에서 마무리투수로 뛰면서 10승4패, 98세이브에 방어율 2.70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 리그로 뛰어든다는 게 어떤 의미이며, 무엇이 힘든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몇년간 선 감독이 박찬호의 구위를 직접 관찰할 기회가 두차례 있었다. 2006년 3월 제1회 WBC, 2007년 12월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만났다. 당시엔 선 감독이 박찬호의 구위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실제 2006년 3월의 박찬호는 허리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2007년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거 자격을 상실하고, 목표점을 잃으면서 구위도 가장 나빠졌을 때였다. 대신 대표팀 합류가 좋은 경험이 된 듯, 박찬호는 이듬해인 2008년 LA 다저스에서 불펜투수로서 재기했다.

선동열 감독은 "지금은 다르다. WBC와 올림픽 예선에선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지금은 몸이 돼있다. 직구 구속도 140㎞대 후반에서 150㎞대 초반까지 나오지 않나. 경험 충분하고 제구력 되니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선 감독은 나아가 "일본 용병 투수중에서도 최고 레벨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 선동열'은 일본 첫해인 96년에 철저하게 실패를 겪으면서 2군을 전전한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 고생이 그후 활약의 밑바탕이 됐다. 다른 리그에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를 경험했던 선 감독이다. 박찬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선동열 감독은 "찬호는 부인이 재일교포니까 비교적 쉽게 적응할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지 않았나. '내가 해온 게 있는데, 이렇게 해서 잘 됐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미국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고집은 좋지 않다. 일본쪽 스타일에 빨리 적응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선 감독은 "일본 야구의 문화를 빨리 배워야 한다. 말도 배워야하고. 그쪽 스타일을 빨리 깨우칠수록 좋다. 친한 동료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