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유럽 축구리그는 추춘제를 기본으로 한다. 추춘제란 가을(8월)에 리그가 개막해 이듬해 봄(5월)에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동아시아권의 K-리그(한국)와 J-리그(일본) C-리그(중국)는 춘추제(봄~늦가을)로 운영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 축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유럽 축구리그는 겨울을 한가운데 두고 리그를 진행한다. 왜 하필 겨울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선 초중고를 비롯한 학교들이 3월에 개학을 하면서 한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9월에 학기가 시작한다. 유럽인의 삶의 사이클에선 9월이 한해의 시작인 셈이다. 한국인의 관점으론 '겨울 축구'가 이상해 보이지만 유럽인들에겐 지극히 자연스럽다.

또 다른 이유는 여름에 떠나는 휴가 때문이다. 한국의 여름휴가는 길어야 1주일. 그러나 유럽인들은 짧게는 2주에서 한 달까지 휴가를 길게 가는 편이다. 여름 휴가에 축구경기가 진행되면 관중수가 급감한다. 이로 인해 흥행을 비롯한 수익구조에 큰 차질이 생긴다. 유럽 축구 구단의 가장 큰 수입원이 관중의 입장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변도 얼어붙을 한파에 축구경기를 진행하진 않는다. 수은주가 최저로 떨어지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윈터브레이크(겨울 휴식기)가 있다. 유럽의 주요 축구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2월 22일~1월 3일·이하 2010~2011시즌 기준) 이탈리아 세리에A(12월 21일~1월 5일) 독일 분데스리가(12월 21일~1월 5일) 프랑스 1부 리그 12월 24일~1월 15일)등은 2~3주의 휴식기를 가진다. 반면 EPL과 SPL은 7~10일 간의 휴식기가 있지만 FA컵 경기를 치러야 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박지성과 기성용 차두리가 겨울에도 휴식 없이 뛰어야 하는 이유다.

한편 러시아와 북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은 유럽에 속하면서도 K-리그와 같은 춘추제를 기본으로 리그를 운영한다. 한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15~30도까지 떨어져 그라운드가 얼어부터 제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