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년에 암살된 프랑스 국왕 앙리 4세(1553~1610)의 머리 유골이 400년 만에 발견됐다고 학자들이 밝혔다.

지난 15일 영국 의학전문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은 프랑스 레몽 푸앵카레 대학병원의 법의학 연구팀이 앙리 4세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 부분 미라를 감식해 냈다고 보도했다. 이 머리 부분의 미라는 민간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브리티시메디컬저널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첫 왕인 앙리 4세는 프랑스 혁명기인 1793년에 군중이 파리 북부 생드니 성당에 있던 그의 왕실묘지를 훼손하면서 시신이 머리가 잘린 뒤 버려졌다. 앙리 4세의 머리는 애초 장례때 방부처리 됐었다. 앙리 4세의 머리는 이후 수집가들 사이에서 거래되다 한 민간 컬렉션에 소장됐다.

연구팀이 이 머리 미라를 검시한 결과 오른쪽 콧구멍 위의 1mm 길이 짙은 상흔과 오른쪽 귓불에 난 광택 있는 귀고리 자국이 앙리 4세의 초상과 일치했다.

좌측 턱뼈부위의 상흔도 앙리 4세가 1594년에 겪었던 암살기도 당시 생긴 상처와 부합했고, 방부처리에 사용된 유향(乳香)도 그의 사망 시 쓰이던 기술과 일치한다고 학자들은 밝혔다. 감식에 참여한 법의학자 필리페 샤를리에는 “밝은 갈색에 입은 벌어져 있고 눈은 부분적으로 감긴 상태였다”며 “보존상태가 뛰어나 피부 조직과 내부 기관들이 잘 보존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두부(頭部)는 지난 4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오염되지 않은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복구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감식결과에 대해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전문가 프랑크 뤼흘리는 DNA검사가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앙리 4세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연구팀이 앙리 4세로 추정할 수 있을 만큼 범위를 좁혔다"고 평가했다.

부르봉 왕조를 연 앙리 4세는 재위 시 가톨릭으로 개종해 구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종교갈등을 종식하는 등 선정(善政)을 펼쳤다. "하느님은 내 왕국의 모든 국민이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길 원하신다"는 말을 남기는 등 백성이 풍족하게 살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톨릭 근본주의자의 칼에 찔려 살해됐다. 태양왕으로 불리는 루이 14세는 그의 손자다. 그의 유골 미라는 내년에 장례절차를 거쳐 생드니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