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에너지 개발은 북극해 주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원주민 네네츠인들에게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이다. 나딤을 떠난 헬기가 북쪽을 향해 이륙한 지 30분. 유목하는 네네츠인들이 이동 중 잠시 정착하는 모습을 포착한 뒤 지상에 착륙했다. '춤(이동식 천막)'을 설치하고 순록 무리를 가두는 네네츠인 남성들과 포대기에서 아이들을 하나 둘 꺼내는 여인들의 손길이 바빴다. 유목행렬에는 갓난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60㎞를 이동해온 뒤 잠시 쉴 참이었다. 춤에서 '신비의 백어(白魚)'로 불리는 '묵순(현지 발음)'으로 수프를 만드는 노인들도 바쁜 손놀림을 했다. 연중 유목을 하는 이들은 순록을 따라 하루 60~200㎞까지 이동하는 거친 툰드라 생활에 익숙하다.
야말네네츠 유목민들은 약 4만5000명. 이들은 순록을 '신'으로 숭상하고, 툰드라를 '신비의 땅'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1m50㎝ 정도 키의 네네츠 성인들은 햇볕이 없는 북극권에서 사는 사람들 특유의 핏기없는 얼굴이다. 외모는 나이에 비해 10년 이상 늙어보였다. '네네츠 전사(戰士)' 티모셰이 파나예프(37)는 "도시가 개발되면서 북극해로 내몰리고 있지만 유목생활은 네네츠인들의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이라며 "순록을 따라 유목하면서 순록고기와 순록젖을 내다 판다"고 말했다. 네네츠인들은 러시아의 에너지개발로 환경오염과 터전을 잃어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나이다 담도바(53)는 "유전과 가스전이 개발되면서 러시아 정부는 배를 채우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드미트리 하룰랴(51) 네네츠인 민족대표는 "외지인들은 석유와 가스가 고갈되면 여기를 떠나겠지만 네네츠인은 툰드라의 영원한 주인으로 남을 것"이라며 "무차별한 에너지 개발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개발은 북극해를 향해 진행되지만 러시아는 원주민들과의 또 다른 전쟁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