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6살배기 말레이 곰이 탈출한 지 사흘이 됐다. 동물원 직원 120명에 경찰과 소방 인력이 170명, 또 엽사 12명과 사냥개 10마리 등의 대규모 수색대가 투입됐지만, 기상악화로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다. IQ가 80에 달한다는 이 곰은 앞발로 철창 우리를 흔들어 문고리를 연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이같은 ‘동물원 탈출’ 사건은 때로는 짧은 촌극으로, 때로는 아찔한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984년에는 아메리카 물개가 서울대공원 우리를 탈출했다. 사라진 물개는 우리에서 약 1㎞ 떨어진 과천저수지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뾰족한 포획 방법을 찾지 못하자 사육반장 최모(47)씨가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다. 몸 길이 70㎝에 몸무게 15㎏쯤 되는 이 2살짜리 물개는 발견 13시간 만에 서울대공원 직원들이 던진 그물에 붙잡혔다.

지난 2006년 해남 가학산의‘사고뭉치’인 일본원숭이가 순천야생동물구조센터 포획팀이 쏜 마취총을 맞고 생포됐다.

아찔한 탈출도 있었다. 지난 1998년 진주 진양호 동물원에서는 12살 된 벵갈 암호랑이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당시 사육사 최용선(39)씨는 "우리 안에서 수컷 호랑이와 싸우다가 암컷이 도망가면서 우리 뒤편 높이 5m의 철조망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진주경찰서 무장경찰 20여명은 우리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배회하던 호랑이에 K2 소총 실탄 6발을 발사해 탈출 30여분 만에 사살했다.

2004년 서울대공원에서 광릉수목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탈출한 7살 된 늑대 '늑돌이'는 탈출 34시간 만에 수색대에 포획됐다.

'장기탈주'도 있었다. 지난 2003년 9월 충북 제천시 박달재 자연휴양림에서 탈출했던 새끼 반달곰은 9개월 만에 생포됐다. 탈출 당시 생후 6개월이었던 이 곰은 야생 상태로 겨울을 나면서 몸무게가 15kg 이상 늘어 '어른 곰'이 됐다. 당시 휴양림 관계자는 "동물원 사육사를 점검하던 중 닭이 없어진 것을 발견해 주위를 수색하다 도망치는 곰을 보았다"며 "꿀 사료를 넣은 먹이를 닭 축사 앞에 설치해 먹이통으로 들어온 곰을 생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전남 영암군 놀이시설 우리를 탈출했던 일본산 원숭이는 무려 5년 만에 포획됐다. 이 원숭이는 놀이시설과 7km 떨어진 전남 해남 가학산에 아예 터를 잡고 등산객을 할퀴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동안 해남군은 그물과 마취총을 이용, 생포 작전을 벌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원숭이는 2006년 10월 가학산 관리사무소에 제 발로 들어와 생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