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리그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구자철(21·제주)이 스위스 수퍼리그 전통의 명문 영보이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영보이스는 이적료 120만달러(약 13억6320만원)를 제시하며 구자철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자철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영보이스가 유럽 빅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은 아니지만 유럽클럽대항전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영보이스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리그에 참가 중이다.
구자철은 제주와 재계약 시 100만달러 바이아웃(일정 액수 이상의 이적료가 보장되면 무조건 타 구단으로 보내줘야 하는 옵션) 조항을 넣어 이적에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에 4년간 몸담은 구자철은 구단은 충분히 상의하고 심사숙고한 뒤 이적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일단 구자철은 영보이스 구단 방문차 9일 스위스로 출국한다. 입단 테스트는 아니고 영보이스 구단의 의지를 들어볼 요량이다.
제주는 영보이스의 이적 제안을 탐탁치 않다. 제주에서 1~2년 더 활약한 뒤 빅리그 진출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우리 구단은 선수의 해외 이적을 막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구자철 정도면 좀더 기량을 쌓아 더 좋은 유럽 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유럽 진출에 조바심을 내지 말고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는 팀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구자철이 지난 1월 EPL 블랙번으로부터 입단 테스트를 제안받는 등 앞으로 빅리그 팀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기대 심리도 있다.
구자철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빅리그 진출이 힘들기 때문에 유럽의 중-소 리그를 거치는 게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빅리그 팀의 영입 제의를 받으려면 꾸준히 A대표로 발탁됐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해 우회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계속 뛴다고 해서 빅리그 팀의 이적 제의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불안 심리도 작용했다.
구자철을 주장으로 기용해 지난해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과 최근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치른 홍명보 감독은 "제3자라 (양측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이다"면서 "어리기 때문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스위스 리그는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J-리그와는 다르다. 유럽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적응력을 기른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