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스타작가를 만나다 1] ‘엄친아’를 유행시킨 ‘골방환상곡’의 박종원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을 합친 ‘웹툰’은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만화입니다. 조선닷컴은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인기 웹툰 작가를 만나보는 시리즈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서울 명륜동의 카페에서 만난 웹툰 작가 박종원씨. 그는 이곳에서 가까운 '골방'에서 자취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골방환상곡’만큼 인상적인 작품을 내야 한다는 부담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그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진 만큼 새 작업도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죠.”

웹툰 작가 박종원(28)씨가 네이버에 4년여간 연재했던 대표작 ‘골방환상곡’은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일반명사처럼 돼버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란 말이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다. 군복무 시절 사격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육군수첩에 그렸던 늑대 캐릭터 ‘워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엄친아’를 유행시킨 웹툰 작가 박종원

그는 웹툰 제목에 ‘골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를 “흔히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공간이 골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시험 등의 소재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그의 만화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부터는 국어 교과서에도 그가 그린 '골방환상곡' 웹툰이 실린다. 박씨는 고용노동부의 홍보 웹툰 '취업의 소리'에 참여했고, 조선닷컴에 뉴스 카툰도 연재하고 있다.
 
서울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 2008년 '골방환상곡' 연재가 끝난 후에 그냥 계속 쉬고 있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더라"고 근황을 전했다.

골방환상곡이 끝난 지금도 박씨에게는 ‘엄친아를 만들어낸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5년 12월12일 골방환상곡 ‘우월한 자’편에 엄친아란 말이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원래 ‘엄친아’ 에피소드는 미완성 아이디어였다. 공부도 잘하고 능력 있는 ‘우월한 자’가 누굴까 고민하다 “우리 엄마 친구 아들 같은 녀석”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박씨는 “끝내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엄마 친구 아들’이라고 끝을 맺은 것이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만화가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엄친아의 실제 모델이 누군지 물었지만 현실에서의 모델은 없었던 셈이다.

‘엄친아’ 편은 5년전에 그린 에피소드인데도 웹툰 독자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인터넷의 ‘성지’처럼 됐다. 지금까지 4000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성지’를 찾는 ‘순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새 웹툰 연재 무대는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지난 9월에는 방송국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엄친아를 만들어낸 인기 웹툰작가’로 소개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라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새 작품의 연재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새 작업을 알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담당 작가와 인터뷰도 꽤 오래 했고 친구들과도 상의했죠. 잘 해보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방송에 나가는 목적이 상대를 만나는 게 아니라 만화 홍보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사람을 그렇게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출연을 포기했습니다.”

박씨는 지난달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투데이’에 웹툰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낯익은 워니 캐릭터도 그대로 등장한다. 그는 “친구와 함께 작업했던 ‘골방환상곡’과 달리 이번엔 혼자 하는 거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12일 박씨가 미투데이에 올린 만화. 주말을 맞아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주가 걱정되는 심정을 한 컷에 담았다.

지난해는 박씨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취업으로 잠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박씨는 “외롭고 심심해서 트위터와 미투데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이 기억해 줬다”고 했다.

시험삼아 올려 본 만화에 팬들이 예전처럼 호응해 주자 자신감이 생겼다. 미투데이에 새로 연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지난달 9일 첫 작품을 올렸다. 수능시험 하루 전에는 예전에 그렸던 엄친아의 초안도 공개했다. 수험생들이 엄친아처럼 시험을 잘 보길 바라는 뜻이었다.

이곳에 연재하는 만화는 대부분 1~2컷짜리 짧은 작품이다. 박씨는 “SNS의 특성상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길지 않게 하고 있다”며 “한 눈에 느낌이 오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미투데이를 통해 5000여명, 트위터로 2000여명의 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수시로 ‘벙개’ 모임을 열어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소개팅 이벤트’를 추진했다가 남성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다.

◆스타작가도 수입은 동년배 직장인들과 비슷한 수준

웹툰이 포털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작품의 인기가 경제적 여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씨는 “비슷한 또래의 평균적인 급여 수준에 비해 수입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프로야구와 비슷해요. ‘비인기 종목’과 달리 야구는 인기가 높은데도 입장권 수입처럼 구단이 직접 내는 수익이 아니라 대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잖아요. 만화도 사람들이 즐겨 보지만, 콘텐츠로 직접 수익을 내긴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연재는 긴 과정이어서,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때도 있고 약간 무거운 주제를 다루게 될 때도 있어요. 큰 맥락에서 보면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직은 세상을 잘 모르지만 40대 이후에는 만평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