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 길이는 당신이 '오빠'인지 '아저씨'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빠른 척도 중 하나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남자의 10명 중 6명은 바지를 자신의 하체 길이보다 더 길게 입는다. 바지통도 한층 크게 입는다. 구두 위로 주름이 잡히도록 입는다. 더 짧게 입으면 키가 작아 보인다고 믿고, 더 좁게 입으면 경박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게 바로 딱 아저씨들이 입는 방법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제대로 된 남자 바지 길이는 수학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 바지를 입고 섰을 땐 바지 끝단이 복사뼈를 덮어야 한다. 앉았을 때는 복사뼈에서 1~2㎝ 정도 올라가는 게 정석이다. 구두를 신고 섰을 땐 바지 끝단이 뒷굽에서 3~4㎝가량 올라가는 곳에서 멈춰야 한다. 이보다 바지를 길게 입으면 다리는 더 짧아 보이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인상도 후줄근해 보인다.

바지통도 중요하다. 일단 바지 선은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엉덩이에서 발목까지 점차 가늘어지도록 맞춰야 한다. 그래야 실제 체형보다 날씬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반대의 남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바지가 너무 넓은 나머지 아예 구두를 다 가려 버리는 경우도 있다. LG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디자인실장은 "적어도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었을 때 구두가 절반 이상은 드러나야 어색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발목에서 구불구불 갈매기 곡선을 그리는 바지는 그만. 바지 길이를 반 뼘만 줄여도 다섯 살은 어려 보인다.

※의상협찬·도움말=마에스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