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급 생수업체 1위로 꼽히는 피지 워터(Fiji Water)가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피지 정부는 피지 워터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회사를 해외로 추방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미국인들은 피지 워터를 마실 수 없는 걸까?

피지는 남태평양에 있는 군사 정부 국가다. 이 피지에서 생산되는 피지 워터는 현재 미국의 음료 시장 전체 106억 달러 규모 중 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부터 국내에도 출시되고 있다.

피지 워터는 원래 피지섬에서 멀리 떨어진 야카라(Yaqara) 계곡에서 (물을 파면 수압으로 자동분출이 가능한) 지하수층을 떠온 천연 암반수다. 회사 측에 의하면 이 천연 암반수는 피지섬 내 특수 시설을 이용해 공기와 닿기 전에 바로 병에 담겨 일반 물과 달리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WSJ(월스트리트저널)는 30일, 피지 워터가 막대한 세금 문제로 생수 사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피지 워터는 이미 받아둔 주문은 물론 추진 중이던 시설 증설 계획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피지 정부 때문이었다. 지난주 피지 정부는 피지 워터에 병 1리터당 15센트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지 워터는 원래 1리터당 피지 내에서 가장 많은 금액인 0.33센트의 세금을 냈었다.

이렇게 세금이 증가하자 피지 워터의 존 코란(John Cochran) 회장은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현재 피지 워터는 약 400명의 피지인을 고용하고 있고 정부에 수백만 달러의 소득세도 내야 하며 공장 근처 마을에서 자선 사업도 벌이는 등 세금이 늘어날수록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피지 정부가 갑자기 세금을 올리게 된 이유는 바이니마라마(Voreqe Bainimarama) 총리때문이다.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지난 2006년에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인물로 피지 내에 외국인 투자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지난 9월에도 “피지 언론사는 피지 사업자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월스트리트저널과 피지 타임즈 등을 소유하고 있던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은 피지 정부로 인해 갖고 있던 피지 타임즈를 피지인 사업자에게 팔았다.

또 이달 초 피지 정부는 “사회 통념을 바로 세우고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피지 워터를 미국으로 추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지 워터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가 커플인 린다 레즈닉(Lynda Resnick)과 스튜어트 레즈닉(Stewart Resnick)이 주인인 회사다. 현재 피지 워터 본사도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레즈닉 부부의 지주회사인 롤 인터내셔널(Roll International Corp.)사는 지난 2004년, 캐나다 출신 사업자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씨로부터 이 피지 워터를 사들였다. 길모어씨는 이 피지 워터를 지난 1996년에 설립했다.

레즈닉 부부는 이 피지 워터 외에도 석류 주스 전문회사인 POM Wonderful LLC와 꽃 배달 회사 Teleflora, 감귤ㆍ견과류 농장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전문 투자가다.

이에 대해 피지 워터는 “피지 정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의향이 있다”면서 여전히 회사 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피지 정부는 과거 2년 전에도 음료 업체들에 지금과 유사한 세금을 부과하려다 철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