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는? 요즘에는 많이 혼동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설렁탕은 '뼈'를, 곰탕은 '고기'를 주 원료로 긴 시간 동안 고아낸 음식이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설렁탕은 '고깃국' 맛을 보여주던 서민 음식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조선 태종 때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농단에서 임금이 친히 밭을 간 뒤, 백성들과 함께 소를 잡아 고아낸 탕에 밥을 말아 먹었던 '선농탕(先農湯)'에서 유래됐다. 태종의 즉위(1400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설렁탕은 6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음식이다.

농심이 설렁탕의 전통 조리방법을 현대화시킨‘뚝배기 설렁탕’.

영양이나 소화 측면에서도 뛰어난 음식이다. 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최남순 교수는 "설렁탕은 소화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단백질과 칼슘의 공급원이 되며 허약한 어린이, 수술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은 보양식이 될 수 있다"며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커다란 솥에 오랫동안 고아야 제 맛이 나는 설렁탕을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이 나왔다. 농심이 최근 출시한 '뚝배기 설렁탕'은 전통의 방식을 편리하게 현대화시킨 제품이다. 농심 스프개발팀 최성진 팀장은 "전통의 맛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량하면서도 '전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설렁탕 제조에 관한 전통방식을 면밀히 검토해 이를 산업적으로 정립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농심 연구진은 전국의 설렁탕 맛집 30여 곳을 돌아다니며 연구했고, 개발을 위해 사용한 사골의 양만도 약 20t에 달한다고 한다. 20t의 사골이라면 일반 설렁탕집에서 약 35만 그릇의 설렁탕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연구 결과, 소뼈에서 피를 제거한 후 가마솥에서 장시간 고는 전통적인 방식이 역시 가장 맛있는 설렁탕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아미노산과 칼슘, 콜라겐 등 가용성분들은 설렁탕을 끓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2차·3차로 추출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료로부터 더욱 많이 용출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맛은 물론 영양 면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이다.

농심이 산업화한 첫 번째 공정은 피 빼기다. 사골을 찬물에 담가 물을 여러 차례 갈아주는 방식으로 뼈에 함유된 피를 빼낸다. 그 후 사골을 우려내고, 농심 특유의 고온 쿠커 공정으로 이어진다.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고 장시간 끓인 효과를 내는 고온 쿠커를 사용해 진한 맛의 설렁탕 국물을 얻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저온농축한 향신 야채를 넣어 누린내와 잡맛을 없앴고 쇠고기 수육과 파, 마늘은 별도로 건더기 스프에 담았다. 쌀 함량 90%의 쌀면을 사용해 맛과 건강은 물론 밥 한 그릇을 말아 먹는 영양과 든든함도 그대로 구현했다.

농심 R&BD센터 라면개발부문장 최명근 상무는 "농심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 전통음식을 전통방식 그대로, 과학적으로 산업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뚝배기 설렁탕'을 시작으로 우리 전통 탕류에 쌀국수를 접목시킨 '뚝배기'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