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3일 연평도 민간인을 포격해놓고 연일 기세등등하다. 26일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북) 영해에 불질을 한 괴뢰군 포대를 정확히 명중 타격해 응당한 징벌을 가했다"고 밝혔다. 연평도 해병대 부대를 정밀 조준해 포격했다고 처음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대량살상용 방사포로 민간인까지 무차별 포격한 사실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조평통 성명은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리명박 역도는 매일 비상회의요 뭐요 하며 복닥 소동을 피운다", "'몇 배로 응징하라'느니 뭐니 하는 것은 섣불리 도발했다가 불벼락을 얻어맞은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 "보다 무서운 불벼락을 안길 준비", "불을 즐기는 자들은 불에 타죽기 마련", "말로 경고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라고 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보란 듯이 공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일 부자가 평양무용대학 등을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최근 김 부자는 황해남도 오리농장 방문(22일 보도)→ 평양의과대학 시찰(23일 보도)→ 남포시 유리공장과 약수공장 현지지도(25일 보도) 등을 했다. 김정일은 약수공장에서 김정은이 주도한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정을 보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김정일이 2003년 3월 미국이라크 공격 때 50여일간, 2006년 7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 40여일간 꼭꼭 숨었던 것과 대조된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일이 무서워하는 건 미국뿐"이라며 "연평도를 때려도 미국이 평양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아들 손을 잡고 '개선장군'처럼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내부에서 승전(勝戰) 분위기가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요즘 북한 지도부 분위기는 작년 11월 대청해전에서 깨졌을 때와 정반대인 것 같다"며 "천안함에 이어 연평도 공격까지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조평통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지방 식료품공장 증산을 소개하면서 '은이 난다, 덕을 본다'는 제목을 달았다. '(김정)은이 나 (인민들이) 덕을 본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다음 날인 24일 북한 적십자 중앙회는 "정세를 전쟁으로 몰아간 리명박 패당의 반민족적 범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우리(북)도 더 이상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우리측에 통보했다. 쌀·비료 달라는 얘기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도 25일 "정전협정 위반자 남조선"이라며 "2·3차 보복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