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간 은(빨강선)과 백금(녹색선) 가격 상승률(자료=마켓워치)

-금·은 거품 논란 나오지만 백금 전망 밝아
-촉매변환 장치(공해방지 장치) 수요 증가 등 가격 지지요인 多

'귀금속 랠리'에서 백금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 올 들어 금값은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고, 은과 팔라듐(palladium) 가격은 연초보다 60% 넘게 급등했지만, 백금(platinum)은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 가치 저장 수단인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덩달아 '가난한 자들의 금'으로 불리는 은도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금과 은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슬슬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달리 백금의 가격 전망은 밝다. 전 세계적인 환경 기준 강화로, 승용차와 트럭 등의 오염 배출 물질을 줄여주는 촉매 변환 장치(공해를 방지하는 장치)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공급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금과 팔라듐을 사용한 촉매 변환 장치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존슨 매티사는 중디젤유 촉매 판매량이 연초부터 지난 6월말까지 7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의 트럭 판매가 17% 늘어난 것이 수요 증가에 기여했지만, 무엇보다도 올초 발표된 미국의 새 환경 규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을 따라 중디젤유에 대한 환경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백금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금은 순금보다도 가격이 비싸지만 디젤 엔진 오염 물질 흡수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팔라듐도 디젤 엔진 촉매 변환장치에 사용되지만 백금보다는 효율이 떨어진다. 존슨 매티사에 따르면 현재 6억달러 규모인 중디젤유 촉매 시장은 오는 2015년까지 25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가격 상승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백금은 주로 남아프리카의 깊은 광산에서 생산되며, 이 곳의 생산량이 연간 글로벌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백금은 채굴하기가 어려운데다, 최근 달러화 대비 란드화 가치가 급등, 투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남아공의 생산량은 올해 460만온스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백금 가격이 근래 들어 상당히 비싸진만큼 재활용도가 높아지고 보석 수요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강력한 산업용 수요 증가 전망은 꾸준히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도 귀금속 ETF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