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 체계화된 현대 수영에서 박태환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가 자유형 100m에서 1500m까지 전 종목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단거리와 장거리는 훈련 스타일도, 쓰는 근육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 중, 장거리를 거뜬히 소화해낸 박태환의 근육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단거리-장거리 근육의 차이
단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건 무산소운동에 관여하는 짧고 강한 속근이다. 근파워와 스피드에 필요한 근육이다. 우사인 볼트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육상 100m 선수들의 우락부락한 근육이다. 단거리 선수들은 속근을 키울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짧고 강한 스피드 훈련에 전념한다. 중단거리 선수(200m,400m)에겐 스피드와 지구력, 장거리 선수(1500m)에겐 체력, 지구력 및 레이스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장거리 선수들은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15km 이상의 살인적인 훈련량을 소화한다. 50m 레인을 무려 300번 오가는 지옥 훈련이다. 우락부락한 근육보다 잔근육, 유산소운동에 관여하는 지근이 발달한다. 1500m 금메달리스트 쑨양을 보면 육안으로 봐도 근육량은 많지 않다. 긴 팔다리에 지구력에 절대적인 매끈한 지근이 발달해 있다. 장거리 선수로는 이상적인 체격 조건이다. 박태환은 지난 1년간 1500m 선수 못지 않은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왔다. 하루 평균 9km, 최대 15km씩 물살을 갈랐다. '1500m 같은 400m' 훈련으로 몸을 독하게 단련시킨 덕에 중거리 레이스는 한결 수월했다. 200m, 400m 결선에서 선보인 여유가 이를 증명한다. 100m와 1500m를 함께 뛰는 '멀티플레이어' 박태환의 경우 단거리 파워에 필요한 속근은 타고났고, 장거리 지구력에 필요한 지강한 훈련으로 단련해, 중간 형태의 근육을 발달시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박태환의 경우 단거리 무산소 파워에 필요한 속근과 장거리 유산소 파워에 필요한 지근이 고루 발달해 장, 단거리 모두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태환 근육, 지구력보다 스피드!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와 지금 몸은 확연히 다르다. 2008년의 몸은 지금처럼 올록볼록하지 않다. 근육 역시 미끈한 지근의 느낌이 강하다. 복근도 뚜렷하지 않았다. 2009년 초부터 서서히 복근이 드러나면서 2010년 박태환의 몸은 완전히 달라졌다. 크고 단단한 승모근(어깨 근육)과 여섯 조각의 또렷한 복근은 지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결과물이다. 단거리와 중거리에 강한 '속근형 몸'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단거리 선수가 장거리 훈련을 많이 할 경우 중간근섬유가 지근으로, 장거리 선수가 단거리 훈련을 많이 할 경우 중간근 섬유가 속근으로 바뀐다. 박태환의 근육이 스피드와 근파워에 강한 속근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전훈에서 스피드와 근파워를 기르는 강력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근육 형태만 봐도 박태환이 중단거리용 선수라는 걸 알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