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거주하는 미국시민권자인 교포 A씨는 한국방송을 즐겨보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있었다. 한국방송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 B가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했다면서 학력을 자랑하자 A씨는 "비학진(B씨의 학력에 관한 진실)"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 인터넷을 통하여 B씨가 자신의 학력을 사칭하였다고 주장했다. 위 카페의 회원수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의혹이 확대되자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한국 경찰은 A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밝혀내고 A씨를 미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하려고 한다. A씨는 미국으로부터 인도될 수 있을까?
A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의하면 인도청구 당시에 우리나라의 법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법률에 의하더라도 1년 이상의 자유형(징역형이나 금고형) 또는 그 이상으로 무거운 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 한하여 인도청구를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 법률에 의하여 A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형법 제2조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는 외국인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하고, 범죄의 발생이라는 것은 행위를 한 것 뿐만 아니라 결과가 발생한 것도 포함되므로 명예훼손의 결과가 발생한 이 경우에는 A씨가 처벌될 수 있다. 한편, 우리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거짓 사실을 유포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이 '비방할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면 A씨는 우리나라의 법률에 의하면 1년 이상의 형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50개 주 모두에 적용되는 연방법에는 우리 명예훼손죄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과 같은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미시간, 버지니아 등 16개 주의 주 형법에만 처벌규정이 있는데, A씨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주의 형법에는 우리 명예훼손죄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해당하는 처벌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A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를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A씨의 인도를 거부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A씨가 명예훼손죄를 12개월에서 18개월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주형법이 있는 콜로라도주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조약의 규정만을 보면 A씨가 인도될 수 있을 것 같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및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거의 무제한적인 비판과 의혹제기를 허용하는 취지의 미국 연방대법원판례상 A씨가 악의적으로 거짓 사실을 유포하였다는 것을 미국의 관계당국이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역시 인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A씨는 콜로라도의 법원에서 범죄인인도를 위한 재판을 받아야 하고, 그 기간동안 구금되는 수가 있으므로 A씨로서는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일리노이주에 그대로 거주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