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마침내 우승의 한을 풀었다.
지바 롯데 마린스 김태균(28)이 프로 데뷔 10년만에 일본에서 마침내 우승의 꿈을 이뤘다. 지바 롯데는 7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스와의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6-6으로 팽팽히 맞선 7회 결정적인 적시타를 날렸다. 비록 9회말 동점을 내줘 결승타가 되지 못했지만 지바 롯데는 연장 12회 끝에 8-7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1무2패로 지난 2005년 이후 5년 만이자 구단 사상 4번째 일본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김태균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우승이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1차 지명을 받으며 연고팀 한화에 입단한 김태균은 데뷔 첫 해부터 20홈런으로 신인왕을 차지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는 2연패로 깨끗이 물러났다. 그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좀처럼 우승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03년 31홈런을 터뜨리며 명실상부한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김태균이었지만 소속팀 한화는 3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김인식 감독의 부임과 함께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한화는 2006년 마침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김태균은 현대와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차지할 정도로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치열한 혈전을 벌였지만 끝내 1승1무4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그것이 김태균이 한국에 있는 동안 올린 최고 성적이었다. 한화는 2007년 플레이오프 진출이 마지막 가을잔치로 남아있다. 김태균이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한 2008년에는 후반기 대추락으로 가을잔치에 실패했고, 2009년에는 아예 최하위로 추락했다. 한국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김태균은 아쉬움을 남긴 채 현해탄을 건너야 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지바 롯데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위를 차지할 정도로 팀 전력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시즌 초 김태균의 활약으로 수위를 달렸으나 이내 투수진의 붕괴로 추락했다. 니혼햄을 반경기차로 따돌리고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클라이막스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1차전 연장 접전 끝에 세이부를 꺾으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2연승으로 니혼햄을 간단하게 따돌리더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도 소프트뱅크에 1승3패로 내몰리다 마지막 3경기를 모두 가져가며 마침내 일본시리즈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시리즈에서 김태균은 1차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을 뿐 나머지 6경기에서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내며 6번타자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5차전에서는 일본시리즈 역대 한 경기 최다안타 타이기록에 해당하는 4안타를 몰아쳤고, 6차전에서도 멀티히티를 터뜨렸다.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 29타수 10안타 타율 3할4푼5리 2타점으로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태균은 한국인으로는 장훈-이승엽-이병규에 이어 사상 4번째로 일본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특히 일본 진출 첫 해부터 우승을 차지한 건 이병규에 이어 두 번째. 김태균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본야구 첫 해였지만 마지막 순간 우승의 한을 풀며 그간의 피로를 모두 씻을 수 있게 됐다. 김태균에게는 황홀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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