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는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영어 글쓰기'라고 하면 더욱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영어 글쓰기를 즐거운 놀이처럼 여기는 아이들도 있다. 바로 서현초등학교(경기 성남) 학생들이다. 이들을 지도한 김미희·박경희 교사는 아이들에게 맞는 눈높이 지도로 학교 내에 '즐거운 영어 글쓰기 문화'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함께 '영어 글쓰기왕 비법 따라잡기'라는 책도 펴냈다.
◆영어 글쓰기 첫걸음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 버리기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영어 글쓰기 형태는 '일기'이다. 영어 일기를 잘 쓰려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을 버려야 한다. '영어 일기왕'으로 불리는 5학년 이주상군도 영어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전부 영어로 쓸 자신이 없어 막막했다. 그래서 'I forgot to bring my 수영복'처럼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서 썼다. 이군은 "평소 영화나 TV, 신문, 책 등에 나온 영어 표현을 일기장에 똑같이 따라 쓰면서 좋은 영어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자유롭게 그림이나 만화로도 표현하고, 짧게 영어문장을 덧붙여도 된다. 영어 일기 쓰기가 익숙해지면 그날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쓰되,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상세히 쓰는 식으로 발전시킨다. 김 교사는 "영어일기는 영어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다. 부담을 갖지 않도록 처음에는 우리말 일기를 쓰면서 '이 문장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고 생각해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5학년 박수민양은 '영어 독서왕'이다. 책을 워낙 많이 읽는 데다 읽은 내용을 영어 독서록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영어 책을 읽을 때는 너무 어려운 책보다 읽기 쉬운 것부터 고른다. 그래야 재미있고 자신감이 붙는다. 박양은 "책을 읽고 나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느낌을 간단하게 영어로 적거나,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써보기, 책 홍보 광고지 만들기 등 쉽고 재미있게 독서록을 썼다"고 소개했다. 독서록 쓰기에 재미를 붙였다면, 제목과 지은이, 등장인물, 때와 장소, 줄거리, 읽은 소감 등을 쓰는 식으로 발전시킨다. 김 교사는 "독서록을 쓰면서 'kind' 'honest'처럼 주인공의 성격을 표현하거나 분위기·상태를 묘사하는 다양한 형용사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글쓰기가 재미있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글감으로 써야 한다. 영어 관찰기록문을 꾸준히 쓴 위지윤양이 이런 경우다. 위양은 "처음에 영어 글쓰기 과제를 받았을 때는 뭘 써야 할지 몰랐는데 제가 키우는 햄스터나 강낭콩 등을 관찰해서 쓰니 한결 수월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인 만큼 더 자세히 관찰하고, 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백과사전이나 식물도감, 동물도감에서 곤충이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관찰기록장에 옮기기도 한다. 관찰한 내용을 쓰다 보니 과학용어는 물론 모양, 촉감, 크기, 냄새 등을 설명하는 형용사도 많이 배웠다. 김 교사는 "처음부터 관찰기록문을 쓰기가 어렵다면, 일기에 관찰한 내용을 쓰게 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과학 시간에 실험했거나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영어로 써보고, 과학 시간에 많이 쓰이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생활 속에서 즐겁게 접해야 영어 실력 늘어
쌍둥이인 5학년 박승주·민아 자매는 영어 에세이와 생활 글쓰기를 즐긴다. 승주양은 엄마에게 남기는 메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생활 계획표, 알림장 등을 영어로 쓴다. "학원 숙제로 억지로 글을 쓸 때는 열 줄도 쓰지 못했다. 생활 속에서 쓰는 짧은 글을 쓰며 재미를 붙이다 보니 지금은 두 장도 더 쓸 정도로 글 솜씨가 늘었다"고 밝혔다.
민아양은 에세이 쓰기를 돕는 '생각 노트'를 가지고 있다. 평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면 적어두는 노트이다. 민아양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 10가지를 쓰고, 그중에서 5개를 골라 좋아하는 이유를 짧게 적는다. 그리고 다시 최종 1개를 주제로 잡아 에세이를 쓴다"고 말했다. 에세이에 재미를 붙인 다음에는 제목과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 체계적으로 쓴다. 다 쓴 다음에는 글을 읽으면서 더 좋은 표현으로 다듬어 고친다. 박 교사는 "에세이는 자기 생각을 쓰는 글이다. 신문 기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거나,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서 발표하는 습관 등이 에세이 쓰기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김미희·박경희 교사는 "아이가 영어 때문에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학원을 찾기보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김 교사는 "일기 등 영어 글쓰기도 문법이나 단어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데 연연하지 마라. 그보다는 생활 속에서 꾸준히 글을 쓰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 역시 "엄마가 간단한 메모라도 영어로 써서 냉장고나 식탁에 붙여두면, 영어 글쓰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요즘 엄마들은 학원에 너무 의존하는데, 사실 학원 과제는 아이에게 버거운 경우가 많아요. 학원에서 강도 높게 배우면 당장 실력이 느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가 이를 '공부'로 여기고 흥미를 잃으면 살아 있는 공부가 안되죠. 생활 속에서 즐겁게 글을 쓰게 하고, 한 줄을 썼더라도 크게 칭찬하면서 영어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