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영화 '약속'(김유진 감독)에 대한 오마주가 영화 '불량남녀'(신근호 감독)속에 들어 있다? (오마주: hommage,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
신용불량 형사와 성격불량 독촉 전문가의 빚 전쟁을 유쾌하게 그려낸 코믹 영화 '불량남녀'에서 신근호 감독은 코믹영화에 걸맞은 코믹한 방법으로 선배 영화인에 대한 오마주를 드러냈다. 극 중 방극현(임창정)과 김무령(엄지원)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택시 안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에 '약속'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
포장마차 신에서는 무령이 극현을 향해 "당신이 결혼하면 내가 당신 빚 다 갚아준다"고 비아냥거리자, 극현이 "정말이지? 약속했어. 내가 결혼하면 내 빚 싹 갚아주는 거야. 약속했어"라고 말하고, 무령도 "약속"이라 말하며 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찍는다. 이 장면에서 '약속'이란 단어가 무려 5번이나 등장한다. 또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도 '약속'이라는 단어가 더 등장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쉽게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사실 이것이 신근호 감독식 오마주였다고 영화 관계자는 전했다.
이렇게 영화 속에 '약속'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불량남녀'를 연출한 신근호 감독이 영화 '약속'의 조연출 출신이기 때문이다. 신근호 감독은 스승과도 같은 김유진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주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불량남녀'는 코미디의 황제 임창정과 이에 뒤지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 엄지원의 절묘한 연기 호흡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