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전도하는 방식은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반복해서 말하면 듣지 않지요. 진실되고 좋은 것일수록 창의적 방식으로 전해야 합니다." 김요한(43) 대전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4월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을 통해 기독교를 선교하는 사단법인 '와플(WAFL)'을 설립했다. '소통하면서 일깨운다'는 뜻인 '어웨이크닝 플로(aWAkening FLow)'에서 알파벳 두 글자씩을 땄다.
공식 출범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과 혼성 5인조 그룹 '해오른누리'의 콘서트, 어린이 가족 뮤지컬 '너는 특별하단다' 공연, '영화 미인도를 통해 배우는 창의력' 세미나 등을 열었다.
'와플'은 5~6일 오후 7시 30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기타리스트 함춘호 밴드의 콘서트를 연다. 유리상자와 박정현(5일), 유희열과 루시드 폴(6일) 등 유명 가수도 출연한다. 기독교 선교단체가 주최하는 콘서트지만 하나님을 찬양하거나 복음을 전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한 곡만 찬송가를 가사 없이 기타로 연주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 대중공연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크리스천만이 아니라 비(非)크리스천도 함께 모여 작품성 높은 음악을 나누는 것입니다. 탁월한 연주자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전도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극동방송 회장인 김장환(76) 수원중앙교회 원로목사와 트루디 김(72) 여사의 2남1녀 중 막내인 김요한 목사는 1967년 수원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했다. 그는 미국 노던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1998년에 교회를 개척했다.
김 목사가 '와플' 설립을 생각한 것은 문화 선교를 강조하면서도 기독교적 메시지를 잘 드러내지 않는 미국 개신교의 영향이다. 크리스천이 만든 수준 높은 공연과 영화 등 예술작품을 비크리스천들이 보면서 조금씩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감명을 받은 것이다.
김 목사의 '조용한 전도'는 영화·드라마에서 상품을 살짝 노출하면서 더 큰 광고효과를 얻는 'PPL기법'과 닮았다. 하지만 선교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은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김 목사는 "교계에서는 그렇게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독교 패러다임에 익숙한 선교방식은 교회 밖으로 스며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와플'의 선교 효과에 대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수준 높은 예술을 통해 감동을 받고 언젠가 크리스천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뮤지션과 예술가들의 재능이 섬김과 나눔의 통로가 되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를 밝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장의 선교보다 '와플'이 하는 공연과 전시는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으면 한다"며 "강요의 메시지가 아니라 예술의 탁월성과 창조성이 큰 기준"이라고 했다.
"아버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런데 제 의도를 정확히는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한국을 대표하는 목회자 중 한 사람인 아버지 김장환 목사의 반응은 어떤지 묻자 김요한 목사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