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역사적인 붓다의 모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해왔습니다. 신격화와 전설이 싯다르타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죽이고 있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호진 스님·왼쪽)

불교신문 제공

"종교의 창시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우상화되거나 신격화되는 과정을 갖는가 보더군요. 교조 찬양주의에 빠진 신자들의 맹목적 충성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지안 스님)

한국 불교의 대표적 학승(學僧)들인 호진 스님(70)과 지안 스님(63)이 '인간 붓다'의 역사적 모습에 대해 의견을 나눈 '성지에서 쓴 편지'(도피안사)를 함께 출간했다.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초기 불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호진 스님은 동국대 교수로 재직했고, 지난 2008년 붓다의 자취를 찾아 1년간 인도를 순례했다. 책에는 이때 호진 스님이 보낸 13편의 편지와 지안 스님이 쓴 답장 7편을 실었다. 지안 스님은 대승불교가 주 분야로 통도사 강원의 강주(講主·학장)를 지냈으며 현재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호진 스님은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의 핍팔라(보리수), 고행에 지친 붓다가 우유죽 공양을 받은 수자타 마을, 붓다가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 등을 순례하면서 붓다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음을 강조한다. 부다가야에서 보낸 편지에서 호진 스님은 싯다르타가 강물 위로 걸었고, 갠지스강을 날아다녔으며, 도리천에 올라가 3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께 석 달 동안 설법을 했다는 '신화'를 언급하며 "싯다르타가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우리가 괴상하게 만들어 놓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안 스님도 이에 동의한다. "맹목적 충성심이 신심이라는 미명으로 합리화되고, 교조의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이 윤색되고 변질되어 비실존적 모습으로 바뀌어 버린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날의 종교는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겉치레 형식의 포장하기와 생색내기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스님은 불교를 비롯한 종교의 가르침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방적 주장이 되면 위험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 호진 스님은 "종교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왜 억지와 무리를 해야 합니까. 종교가 인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인간이 종교를 위해 헌신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썼고, 지안 스님은 "적어도 건전한 종교인은 자기가 믿는 종교라 해서 맹목적인 믿음에 빠져 인간성이 유린되는 중독 증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